상위 3社 점유율 93%… 46개 산업 독과점 고착화

입력 2010-12-21 18:19


정유와 자동차, 라면, 맥주 등 46개 산업의 독과점 구조가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산업의 상위 3개 기업 시장점유율(시장집중도)은 무려 92.9%에 달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독과점 구조가 장기간 고착화되면서 소수기업의 시장지배력은 높아지고 신규 기업들의 진입이 어려워진다고 판단, 기업 간 가격 담합 등의 불공정행위를 중심으로 감시를 강화하는 동시에 매년 시장구조 조사결과를 발표키로 했다.

◇맥주, 담배 독과점 더 심해졌다=공정위가 21일 발표한 ‘광업·제조업 분야 시장구조 조사’를 보면 2004∼2008년 5년 동안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기준에 해당하는 독과점 구조 고착산업은 총 46개였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상위 1개사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 또는 상위 3개사의 시장점유율이 75%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

시장 규모가 10조원 이상은 정유, 승용차, 반도체 등 3개 산업이며, 1조∼10조원 미만은 타이어, 라면, 맥주 등 15개, 1000억∼1조원 미만은 커피, 설탕, 화약 등 14개로 집계됐다. 1000억원 미만 산업은 청주, 담배 등 14개로 조사됐다. 46개 산업의 상위 3개사 시장점유율은 92.9%로 광업·제조업 전체 평균(45.5%)의 배에 달했다.

시장집중도가 심화돼 있어 향후 시장지배력 남용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산업은 맥주와 설탕이며, 이어 담배, 판유리, 조미료 순이었다. 또 2004년을 기준으로 2008년까지 상위 3개 기업의 집중도가 높아진 분야는 승용차(84.0%→90.5%), 담배(92.9→99.7), 라면(75.9→83.6), 화약(88.9→97.8), 위스키(82.3→90.8) 등이었다.

문제는 경쟁이 제한되면서 특정기업의 영업이익률이 높은 반면 연구·개발(R&D) 비율과 해외개방도는 매우 낮고 내수시장 집중도 역시 높게 나타나면서 신규기업의 진입이 매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실제 독과점 구조가 고착된 46개 산업의 영업이익률은 32.5%로 광업·제조업 전체 평균(30.2%)보다 높았고 R&D 비율은 1.7%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2008년 상위 50대, 100대 기업의 출하액 기준 집중도는 44.7%, 51.1%로 각각 전년(39.9%, 48.8%)보다 증가하는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되는 추세다.

◇독과점 가격 담합 감시 팔 걷었다=이에 정부는 독과점 구조 고착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 또는 불공정행위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판단,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이들 분야의 가격 담합 가능성도 주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들 중 상당 기업의 가격 담합 조사를 벌였거나 현재 진행 중이다.

올해 초부터 라면과 커피 등의 담합을 조사 중이며 라면의 경우엔 이미 2008년에도 농심과 삼양식품,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등 4개 업체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했었다. 또한 2007년에는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이 경질유 판매 가격 담합으로 수백억대의 과징금을 물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무래도 경쟁이 제한돼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과점시장의 이점을 이용한 가격 담합 가능성이 높다”며 “필요하면 현장조사도 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2년에 한번 발표하던 독과점 고착화 산업에 대한 발표를 내년부터 매년 실시할 계획이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