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만 달린 車보험 개선 공청회

입력 2010-12-21 21:29

2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보험개발원 주최로 열린 ‘자동차보험 제도개선 공청회’. 금융위원회 권혁세 부위원장이 “올해 안에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겠다”는 축사가 끝나기 무섭게 방청석에서 “꿈 깨세요”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보험업계와 의료업계, 보험가입자 등 이해당사자 간 이견이 워낙 커 제도 개선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수년 동안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을 냉소한 말이었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객관적인 보상기준 부재 등에 따른 보험금 누수 문제와 보험사들의 사업비 과다 책정, 높은 교통사고율 등이 개선해야 할 점이라는 사실은 참석자들이 모두 수긍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자 의견차가 확연했다.

보험금 누수 문제와 관련해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자보수가)가 건강보험 진료수가보다 15% 정도 비싸 병원에서는 많이 입원시켜야 이익이 나니 과잉 진료를 부추기고 보험금 누수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보수가를 건강보험수가 수준으로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보험위원장은 “자보수가가 처음 고시된 1995년부터 현실화되기 시작해 지금은 건보수가와 큰 차이가 없어졌다”며 “교통사고 환자는 치료의 난이도가 높아 현재의 수가 차이가 유지돼야 한다”고 받아쳤다. 의료계에 따르면 자보수가는 건보수가 대비 최대 130% 높았으나 현재는 15%정도까지 떨어졌다.

순천향대 김헌수 교수는 “2001∼2007년 자동차사고의 경미한 상해로 인한 입원율이 일본은 8.5%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70.4%나 된다”며 “객관적인 합의금 보상체계와 자동차사고 진단과 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관련업계 간 갈등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자보 개선책을 야심작으로 마련하려 하지만 업계 반발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당사자 간의 해묵은 감정을 보여주듯 정비업계를 대표해 참석키로 돼 있던 토론자는 공청회에 불참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