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 가능할까
입력 2010-12-21 22:41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채권단)가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한 가운데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8.3%)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동안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이 현대자동차그룹으로 넘어갈 경우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의 경영권이 흔들릴 것을 우려해 왔다. 현대건설이 가진 지분에 현대차그룹 등 범현대가(家) 지분 30.26%를 합치면 현대그룹 지분(41.71%)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은 미래 신성장동력은 물론 안정된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도 현대건설 인수를 적극 추진했었다.
채권단은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현대건설이 가진 지분을 시장이나 국민연금 등 제3자에 분산 매각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는 박탈하되 현대상선 경영권 보장이라는 ‘당근’을 내건 셈이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21일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일축했다. 현대그룹 측은 “채권단의 방침은 아직 현대차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도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인수전이 끝난 것으로 보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으로서도 만에 하나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으로 넘어가는 시나리오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채권단이 현대건설의 현대상선 지분에 대한 제3자 매각을 추진한다고 해도 향후 현대차그룹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채권단에 이를 강제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즉 현대그룹이 현대상선 주식 추가 매입 등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범현대가의 위협이 현실화되면 장기적으로는 그런 방안을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우호지분까지 합쳐 현대상선 지분이 45%대에 달해 지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일단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양해각서(MOU) 해지금지 가처분소송에 대한 심리에 기대를 걸고 있다. 법원이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주면 앞으로 잇따를 소송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채권단이 MOU 해지안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안을 동시에 올린 것은 MOU 해지금지 가처분소송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방증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