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 돌아온 리처드슨 “北 대화 원해… 중대한 진전”
입력 2010-12-21 22:02
북한이 남한의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에 보복공격을 하지 않은 것은 앞으로의 대화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가 21일 말했다. 이날 오전 중국국제항공편으로 평양을 출발,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리처드슨 주지사는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면서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리처드슨 주지사에게 이 같은 의사를 밝힌 것은 미국과 대화를 원한다는 뜻을 강력하게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평양을 떠나기 직전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마음을 열고 바깥 세계와 관계를 맺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방북 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의 평양 방문에 동행한 CNN의 울프 블리처 기자는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장이 열린 것”이라고 흥분했다.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 사찰단을 다시 받아들여 영변 핵시설을 감시하도록 하고, 우라늄 농축을 위한 핵연료봉의 외국 반출, 1만2000개 미사용 연료봉의 해외 판매를 리처드슨 주지사에게 약속했다. 또 남북한과 미국 3국 간 분쟁지역 감시 군사위원회 설치, 남북 군사 핫라인 구축에도 동의했다.
지난 16일 방북한 리처드슨 주지사는 김계관 6자회담 수석대표와 이용호 외무성 부상, 박림수 국방위원회 정책국장 등 북한 외교정책의 핵심 인물들과 만났다.
미 정부는 덤덤한 분위기다. 북한이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내기 위한 전형적인 ‘때리고 어르기’식 대화 공세로 판단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리처드슨의 방북이 “정부와는 전혀 관련 없는 민간인 차원의 여행이었다”고 일축했다. 그는 리처드슨 주지사가 미국에 돌아오더라도 방북 내용을 청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도 이메일 성명에서 북한이 연평도 사격훈련에 무력으로 보복하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국의 훈련은 방어적인 성격으로 북한이 호전적인 반응을 보일 근거가 없다”며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불확실성을 우려하긴 했지만, 애초 도발의 구실이 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IAEA 사찰을 받기로 했다는 소식에도 크롤리 차관보는 “(미국이 아니라) IAEA와 얘기하라”고 밝혔다. IAEA 사찰이 핵개발 중단과 직접 연결되지 않고, 핵연료봉의 해외 반출도 이미 논의됐던 사안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입장이 진전된 건 아니라는 평가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