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대화 시도… 南과는 긴장 지속”
입력 2010-12-21 22:02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향후 북한이 핵 협상 카드를 활용해 북·미 대화를 시도하면서도 남북 간에는 당분간 긴장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군의 20일 연평도 사격훈련과 관련, 북측이 무력 대응을 자제하고 인민군 최고사령부 보도문 발표에 그친 것은 연평도 도발 국면을 전환하려는 마무리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안보통일연구부장은 21일 “27∼28세에 불과한 김정은에게 나라를 물려줘야하는 북한도 전면전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보도문을 통해 우리를 조롱한 것은 북한의 군부를 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은 전날 최고사령부의 보도문에서 우리 군의 사격훈련을 “쓰다 남은 포탄이나 날린 천하비겁쟁이들의 유치한 불장난”이라고 깎아내렸다.
김진무 한국국방연구원(KIDA) 북한실장은 “북한은 1999년 제1 연평해전 패배 이후 정면도발을 피하고 기습하고나 우리 군의 대비가 허술한 부분을 파고드는 ‘비대칭 도발’을 하고 있다”며 “각종 엄포만으로도 한반도 긴장을 최대한 고조시켰으니 말장난으로 소득을 다 올린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북한이 지난달 23일 연평도 도발을 감행했지만, 정작 우리 군의 후속 사격훈련에 무력 대응을 하지 않은 데는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을 위해 군부 충성심 및 내부 긴장을 유도하려는 뜻이 강했다는 해석이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면대응을 피하면서 김정은의 리더십을 과시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의 다음 행보는 북·미 대화 및 6자회담 재개 쪽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연평도 도발,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 초청 등의 공통된 목적은 오직 미국과의 대화”라고 지적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손에 쥔 패를 하나씩 보이면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것”이라며 “반면 남북관계는 수동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실장도 “북한은 대남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없다면 대남 평화공세를 하지 않는다”면서 “현재 우리 정부가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봄까지는 남북 간 긴장상태가 계속될 것이며 추가 도발 가능성 역시 높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리처드슨 지사를 통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 수용 의사를 밝히는 등 일련의 대화 제스처를 취한 것에 대한 해석은 다소 엇갈린다.
윤 부장은 “최근 행보는 북한이 98년 대포동 미사일을 쏘고 난 뒤 ‘페리 프로세스’를 만들던 과정과 유사하다”며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여주고 핵사찰을 운운하면서 협상에 좋은 국면을 만들고 있지만 결국 한발 한발 핵무장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양 교수는 “정부는 핵사찰 발언에 의미가 없다고 일축하지만 진정성이 있든, 계략이 담겨 있든 일단 대화에 응해야 한다”며 “예상할 수 있는 북한의 전략적 움직임을 역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우리 정부의 전략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당장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북한이 긴장 국면을 전환할 의지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공식·비공식 접촉을 통해 진정성을 확인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엄기영 이도경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