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최현수] “北 자극할 필요없다” 사진 공개 안한 軍
입력 2010-12-21 22:10
“북한을 과도하게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군은 예정된 대로 사격을 실시했으며 통상적인 훈련사진을 이제까지 공개한 적이 없다.”
연평도 해병부대가 중단됐던 해상사격훈련을 다시 실시한 20일 오후, 국방부에 훈련 상황을 찍은 사진을 요청하자 국방부가 내놓은 답변이었다.
훈련 당시 군은 북한의 대응 포격을 우려해 취재진을 전원 방공호로 대피시켰다. 따라서 훈련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해줄 사진은 군이 찍은 것밖에는 없었다. 수차례 사진 공개를 요청했지만 군은 끝내 들어주지 않았다.
연평 해병부대의 이번 해상사격훈련은 일반 부대가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통상적인’ 훈련으로 볼 수 없다. 민간인 사망자까지 발생한 북한의 비인도적이고 불법적인 도발에 굴하지 않겠다는 군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특별한’ 훈련이었다. 그래서 국민들은 물론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렸다. 많은 사람들이 결연한 자세로 훈련에 임하는 의연한 군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길 원했을 것이다.
군으로서는 사진을 공개해 손해날 일은 없었다. 북한이 훈련 사진 한 장에 자극받아 도발할 정도로 전략적인 판단을 못하는 집단이 아니다. 그간 북한의 도발에 맥없이 당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군이지만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목숨 걸고 지켜낸다는 결기가 담긴 사진을 내놓음으로써 우리 국민들에게는 물론 북한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당한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군은 할 일을 다하고도 훈련 사진 한 장을 놓고 노심초사 좌고우면하다 좋은 기회를 버림으로써, 소심한 태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미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한 장의 사진이 있다. 1945년 2월 일본군이 끈질기게 저항하고 있는 이오지마섬에 상륙한 미 해병대가 치열한 전투 끝에 수리바치산 정상에 성조기를 꽂는 사진이었다. 우리 국민들도 20일에는 의연한 군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