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 비슷한듯 다른 대북관

입력 2010-12-21 22:54

민주당 지도부가 대북관 등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미 ‘햇볕정책’ 평가를 둘러싸고 이견을 드러낸 적이 있어 안보정국 속 대북 정책을 놓고 지도부 내 주도권 경쟁으로 비화할 조짐도 보인다.

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이 재개된 20일 정동영 최고위원은 외신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민주당 최고위원이 아닌 ‘9·19 공동성명’을 성사시킨 정치인 자격으로 나선 것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에 편승하지 말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직접 대화에 나서라”고 당부하는 서한도 공개했다. 정 최고위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목표에 따라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을 하고 있다”며 “그것을 ‘비정상’이라든가 ‘비이성적’이라는 우리의 잣대로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는 손학규 대표의 발언을 겨냥한 측면이 다분하다. 손 대표는 당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연평도 사격훈련 재개 중지를 촉구하며 “북한은 정상국가가 아니다. 북한에 합리적 판단을 기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었다. 손 대표의 한 측근은 “기본적으로 북한에 잘못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해 ‘비정상 국가’라고 표현한 것”이라면서 “손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강경 대북정책이 잘못됐고, 최종적으로는 대화를 통해 평화의 길로 가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햇볕정책이 모든 것을 치유하고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는 손 대표의 최근 발언 후 햇볕정책 수정론으로 비친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제기된 가운데, 박지원 원내대표도 2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손 대표의 대북관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비록 온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손 대표는 햇볕정책을 신봉하는 분이라고 믿고 있다”며 “그러나 주위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고 비판했다. 또 “손 대표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돼서는 중도 우클릭을 하는 게 좋지만, 지금은 정체성을 확실하게 하면서 후보가 되는 길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당내에 정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한 ‘남북평화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평화특위는 대화를 통한 평화체제 구축에 주안점을 두고 특사를 파견하는 등 미·중·일·러 한반도 주변 4강국에 대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정 최고위원 등은 민주당 차원에서라도 4강국과 북한에 특사를 보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장희 강주화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