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한명숙 악몽’ 되풀이될까 초조

입력 2010-12-21 21:47


검찰이 ‘한명숙 악몽’이 재현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핵심 증인의 말 바꾸기로 무죄가 선고됐던 상황이 되풀이될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번에도 한 전 총리의 유죄 입증에 실패하면 ‘표적·부실수사’라는 야당의 비난을 피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검찰은 지난 7월 ‘별건 수사’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수사를 벌여 한 전 총리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하루 전날 그에게 9억여원을 줬다는 건설업자 한모씨의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화했다. 그러나 한씨는 20일 한 전 총리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검찰에서 돈을 줬다고 한 진술은 거짓말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한 전 총리와의 대결에서 이미 한 차례 패한 검찰은 당혹해 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대한통운 전 사장 곽모씨로부터 공기업 사장 임명 청탁과 함께 5만 달러를 뇌물로 받은 혐의로 한 전 총리를 기소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지난 4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곽씨가 뇌물 액수와 전달수법 등을 6차례나 바꾼 것을 지적하며 “곽씨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한씨의 진술 번복은 더욱 상황이 좋지 않다. 곽씨는 돈을 줬다는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으나 한씨는 아예 “어떠한 정치자금도 준 적이 없다”고 번복했다.

문제는 검찰이 한씨의 진술 없이도 유죄를 받아낼 수 있는가 여부다. 현재로선 검찰이 내놓을 수 있는 객관적 증거는 사실상 많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돈이 현금으로 전달된 데다 한씨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것을 직접 본 사람도 없다. 한씨의 진술이 유일한 직접 증거라고 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뒤집어졌다.

서울중앙지검 윤갑근 3차장검사는 21일 “꺼낼 수 있는 회심의 카드가 많다”며 “한씨가 6억원을 성과급으로 줬다는 회사 관계자 박모, 김모씨만 불러 조사해도 한씨가 거짓말하고 있다는 게 바로 들통 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에서도 곽씨의 진술이 뒤바뀌자 “객관적 증거가 충분히 많다”고 자신했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유죄 입증을 하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검찰은 직접 증거 없이 증인의 진술만 믿고 기소를 했다가 외통수에 걸리는 상황을 두 차례나 반복한 셈이다. 검찰 특수부 출신 변호사는 “특수 수사에서 증인의 진술만으로 기소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한 전 총리 수사는 별건수사 논란에다 금품 공여자를 다른 사건으로 구속시킨 뒤 심리적 압박을 통해 진술을 받아내는 방식 등 좋지 않은 수사기법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김정현 노석조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