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겸허하게 애기봉 성탄트리를 바라보자

입력 2010-12-21 17:47

21일 저녁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가금리에 위치한 최전방 애기봉 등탑의 성탄 트리가 불을 밝혔다. 지난 2004년 6월 제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군사분계선 지역의 선전활동을 중지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중단된 이후 7년 만에 다시 점등한 것이다. 이 합의는 지구촌 어디서나 밝히는 성탄 트리를 군사적 선전활동으로 인식했다는 점에서 애당초 문제가 있는 것이었다.

애기봉 성탄 트리 점등의 의미는 성탄 소식을 만방에 전하며 사랑과 희생, 섬김과 나눔의 그리스도 정신을 남과 북이 함께 되새기기 위한 것이다. 올해 애기봉 등탑이 재점등되는 과정에서 일부 오해가 빚어지기도 했다.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는 성탄 트리 점등의 역사와 의미를 간과하고 일방적 주장을 수용하는 데서 오는 오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서해바다로 흘러가는 곳에 솟아 있는 높이 155m의 애기봉 정상은 북한의 개풍군과 송악산까지 바라볼 수 있어 관광객과 실향민들이 많이 찾는 서부전선의 아름다운 전망지다. 6·25전쟁 직후 북녘 동포들과 성탄의 기쁨을 함께하기 위해 교계에서 소나무 트리를 세운 것이 이곳 크리스마스 트리의 연원이다. 그후 1968년 30m 높이의 철탑 전망대가 들어서 개신교와 천주교가 격년으로 불을 밝혀 왔다.

따라서 애기봉 등탑 점등은 한국전 이후 성탄절을 맞는 한국 기독교계가 새롭게 향유(享有)한 문화이자 북한과 더불어 나눔과 화해의 메시지를 공유하고자 하는 의지의 상징물이다. 이것이 누군가를 자극한다는 것은 ‘나눔’과 ‘화해’의 정신을 ‘박탈’과 ‘갈등’으로 뒤바꾸려는 전도(顚倒)된 의식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같이 순수한 점등에 대해 북한은 20일 노동신문을 통해 “대형 전광판에 의한 심리모략전이 새로운 무장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망동”이라며 “북남 사이에 첨예한 긴장국면이 조성되고 있는 속에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도발 소동도 무력충돌과 전면전쟁의 발화점으로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인민군 전선중부 지구사령관은 천안함 폭침 이후인 지난 5월 “(남한이) 심리전 수단을 새로 설치하면 그것을 없애버리기 위한 직접 조준 격파사격이 개시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최근에는 부쩍 경계병을 증가시키며 긴장을 고조시켜왔다.

우리 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강화된 위기조치 기구를 운용하면서 전투기 등을 대기시키고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과 독도함의 지원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서 분명히 할 것은 애기봉의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이 성탄의 축복을 나누기 위한 것이지 어떤 갈등을 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것을 문제 삼는 이는 그만큼 폐쇄적이고 그 내부에 성탄의 불빛이 스며들어야 할 필요성이 높은 사람이라 할 것이다. 베이징이나 모스크바에서도 해마다 성탄 트리는 불을 밝히고, 크리스마스 캐럴은 울려 퍼진다. 겸허한 마음으로 성탄의 불빛을 바라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