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병 통계 대해부-④심장질환] 급성심근경색 환자 비율, 대구 1위·경북 2위

입력 2010-12-21 17:29


대구·경북 지역에서 급성심근경색 진료인원 비율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일보가 21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또 여성 급성심근경색 진료인원이 대체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남성 진료인원은 증가 추세다.

◇대구, 급성심근경색 1위=광역시·도별 2008년 급성심근경색 환자를 건강보험 가입인구로 나눠 비율을 구한 결과 대구가 0.18%로 1위를 차지했다. 2008년 급성심근경색으로 병원을 찾은 대구 거주 환자가 4333명이었다. 이는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대구 시민 235만7950명의 0.18%다. 경북이 0.16%(243만4707명 중 3895명)로 2위였고, 충남(0.15%) 전남(0.14%) 부산(0.14%) 순이었다. 급성심근경색 환자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인천으로 0.11%(267만4156명 중 2894명)였다.

급성심근경색 환자는 거의 모두 심한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는다. 다른 만성질환과 달리 진료인원 비율 자체를 발병률로 봐야 한다. 따라서 대구·경북 지역의 급성심근경색 발병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고 볼 수 있다. 대구·경북의 급성심근경색 진료인원 비율은 2006년과 2007년에도 다른 시·도에 비해 높았다.

이 지역의 심장 전문의들은 “연구 가치가 있는 정보”라고 평가했다. 영남대병원 순환기내과 신동구 교수는 “대구에서 급성심근경색 환자 비율이 높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 대한심장학회 차원에서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역별로 진료인원 비율이 다른 데는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인구대비 병원 숫자가 다른 지역보다 많으면 진료인원 비율이 클 수 있다. 병원에 가는 도중 사망하지 않고 진료받을 수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시민의 심장 건강이 다른 곳에 비해 나쁠 가능성도 있다. 이를 증명하려면 식습관이나 사회적 스트레스 등 여러 요소를 분석해 상관관계를 따져봐야 한다. 이 지역 고령화가 다른 곳에 비해 다소 빠르게 진행된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김영훈 대한심장학회 홍보이사(고려대 안암병원 부정맥센터 소장)는 “급성심근경색은 병원에서 초기에 얼마나 집중적 치료를 하느냐에 따라 사망률이 달라진다”면서 “우리나라는 지역 여건에 따라 아직 불평등한 요소가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의료비 지출과 관련 있나=흥미로운 사실은 2008년 일반 심장질환의 1인당 진료비를 시·도별로 비교해보니 대구와 경북이 나란히 꼴찌에서 1·2위를 했다는 점이다. 1인당 진료비는 심장질환으로 진료 받은 사람이 한 해 동안 평균적으로 지출한 의료비(건보 급여 포함)다.

대구의 1인당 진료비는 77만7000원, 경북은 83만3000원이었다. 1인당 진료비가 가장 많은 곳은 울산으로 108만3000원이었다. 서울은 97만4000원이었다.

울산은 일반 심장질환 진료인원 비율이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낮았다. 급성심근경색 환자도 0.12%로 16개 시·도 가운데 13위였다. 평소 심장질환 관련 의료비 지출이 많은 곳일수록, 즉 심장 치료에 투자를 많이 한 곳일수록 인구 대비 진료인원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심장질환을 빨리 발견해 관리하면 급성심근경색을 막을 확률이 높아지지만 진료인원 증가와 의료비 지출의 상관관계는 좀더 정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여성은 급성심근경색 감소=65세 이상을 제외한 20대 이상 성인 여성의 경우 급성심근경색이 감소하는 추세다. 60∼64세 여성은 2004년 3007명에서 2008년 2080명으로 30.8% 줄었고, 45∼49세 여성도 1095명에서 728명으로 33.5%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사회가 선진화되는 단계에서 급성심근경색 진료인원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현상이 여성에서부터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했다. 20대뿐 아니라 30∼40대 여성도 체형에 신경을 쓰면서 비만 비율이 낮아진 것도 한 이유다. 반면 45세 이상 남성은 같은 기간 급성심근경색이 여전히 늘고 있다. 특히 50∼54세 구간 남성은 2004년에 비해 2008년 32.7% 증가했다.

일반 심장질환 진료인원은 남녀 모두 45세 이상 구간에서 대체로 증가 추세다. 65세 이상 구간의 증가율이 39.0%로 가장 높았고, 50∼54세 26.2%, 55∼59세 19.1%, 45∼49세 7.1% 순이었다.

김 홍보이사는 “종합검진 등 진료를 받고 의사를 만날 기회가 늘어 몰랐던 병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사회 선진화에 따른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기획팀=김호경 권기석 우성규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