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막가파식 협박에 법도 무시”-현대차 “법에 따른 공정한 절차 기대”
입력 2010-12-20 22:17
현대건설 채권단의 양해각서(MOU) 해지 및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거부 등에 대해 현대그룹은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현대그룹은 20일 “인수전의 패자인 현대자동차그룹의 막가파식 협박에 채권단이 굴복해 공정성을 잃어버린 결의를 한 것은 법과 입찰규정을 무시한 사상 초유의 사태”라며 “이는 현대차그룹에 대한 특혜시비를 불러일으킬 것이고, 또한 앞으로 있을 모든 인수합병(M&A)건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간택되지 않은 기업은 참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권단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을 누르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현대차그룹의 본격적인 의혹제기와 집요한 압력행사가 시작됐으며 이에 흔들린 채권단은 자신들이 결정한 사항들을 차례차례 뒤집기 시작했다”며 “법과 MOU 및 입찰규정 어디에도 없는 대출계약서 등의 제출을 요구했고 급기야 자금소명이 불충분하다는 황당한 주장에 근거해 이미 체결한 MOU를 해지키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은 법적 대응방침을 분명히 했다. 현대그룹 측은 “대한민국 법과 정의의 수호자이자 약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최후 보루인 사법부의 공명정대한 판단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재차 확인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반면 판세를 뒤집은 현대차그룹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채권단이 앞으로 법과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절차를 처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을 통해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은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으로 대표되는 범현대가(家)와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게 됐다.
2003년 고(故) 정몽헌 회장 사망 후 그룹을 이끌게 된 현 회장은 그해 시삼촌인 정상영 KCC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또 2006년엔 시동생인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와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놓고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시아주버니인 정몽구 회장에게 그룹의 미래성장동력으로 기대했던 현대건설을 넘겨줘야 할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