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이주민들 ‘화평의 축제’를 열다… 기장, 첫 캐럴 경연대회

입력 2010-12-20 18:43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이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이주민선교협의회(이하 선교협)가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 망포동 동수원교회에서 ‘이주민 성탄축제’라는 이름으로 캐럴 경연대회를 열었다. 마지막 참가팀인 충북 청주 새날학교 학생 등 30여명이 부른 ‘거위의 꿈’은 캐럴이 아니었지만 이국땅에서 성탄을 맞는 이주민들의 정서와 희망을 그대로 전해줬다.

올해 처음 열린 이 성탄축제는 참가자 국적만큼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태국이주민선교센터팀의 상큼한 레몬빛 전통 의상이 눈길을 끌었고, 중국 소수민족 의상을 다양하게 차려입은 발안이주민센터팀의 경쾌한 율동도 큰 박수를 받았다.

남양주이주노동자센터팀의 메들리는 필리핀 이주민들의 역사를 함축해 보여줬다. 타갈로그어로 부른 ‘또 다른 크리스마스’, 스페인어와 영어로 부른 ‘펠리스 나비다드’, 한국어와 영어로 부른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등. 특히 정숙자 소장이 직접 썼다는 ‘아워 드림’의 노랫말은 좌중을 숙연하게 했다. “지금은 우리가 이주노동자이지만 우리들의 꿈은 평등사회… 아이들이 재능을 키울 수 있고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누며 만들어 가는 세상.”

충북이주여성인권센터팀 7∼12세 어린이 30명은 바이올린과 첼로 협주를 선보였다. 이주민 2세인 어린이들은 지난 3월 처음 악기를 잡았을 뿐인데도 ‘고향의 봄’ 등 연주를 보란 듯이 해냈다. 센터장 고은영 목사는 “아이들이 악기를 배우며 자존감과 소통 능력이 상당히 좋아졌다”고 귀띔했다.

중도입국 자녀를 위한 대안학교인 새날학교 소속 철린(37·여·필리핀)씨는 ‘파워 오브 러브’(주께 가오니) 독창으로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소름이 돋도록 깨끗한 고음과 성량은 ‘슈퍼스타K’ 참가자 못지않았다. 이에 심취해 중간 중간 박수를 보내는 청중은 잠시나마 ‘나그네 된 설움’을 잊은 듯했다.

선교협은 기장 산하 이주민 선교단체들의 협의체다. 이주민노동자협의회가 다문화가정, 이주민 2세, 중도입국 자녀에 대한 포괄적 선교를 위해 올초 개편됐다.

선교협 이정혁 사무처장은 “도움을 받기 위한 자리가 아닌, 순수하게 즐길 자리가 있었으면 한다는 이주민들의 의견에 행사를 기획했는데 호응이 폭발적이었다”고 전했다. 교단 내 관심도 커서 3000만원에 가까운 상품과 후원금이 답지했다. 장소와 식사를 협찬한 동수원교회는 버스를 대절해 참가팀을 일일이 데려왔다.

총회의 관심도 각별했다. 배태진 총무는 “이스라엘 백성들도 나그네였고, 우리 민족도 애초에 우랄알타이지역에서 온 이주민이었다”면서 “먼저 온 나그네가 나중 온 나그네를 대접하고 섬기라는 것이 하나님의 명령”이라고 격려했다. 동수원교회 담임이자 기장 총회장인 김종성 목사는 “하나님은 찬양하는 자의 중심을 보시기에 오늘의 찬양들은 하나님을 가장 기쁘시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