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센터나비’ 노소영 관장 “너무 앞서갔던 미디어아트… 관객 저변확대 뿌듯”

입력 2010-12-20 18:41


노태우 전 대통령의 맏딸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인. 서울 서린동 SK 본사 4층에 미디어 아트 전시공간인 아트센터나비를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노소영(49) 관장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하지만 노 관장은 10년 전 미술계에서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미디어 아트 분야에 열정을 쏟은 전문 기획자로 입지를 굳혔다.

아트센터나비 개관 10주년을 맞아 ‘이것이 미디어다’ 전을 마련한 노 관장이 2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그동안의 소회와 향후 계획 등을 털어놨다. 서울대 공대를 나와 미국 등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그는 “미디어 아트를 잘 모르고 얼떨결에 시작했다”면서 “부모 밑에서 양육되다 조금씩 성장해 이제 스무 살 정도 나이가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디어 아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던 시절 너무 앞서간 작품에 관객들의 반응은 냉담했고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그는 이를 두고 “너무 일찍 뭔가를 시작해 일반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이 아트센터나비의 전통이 되어가고 있다”면서 “이게 예술인지 아닌지 아리까리하고 내가 왜 이걸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런 가운데 10년 활동으로 이룬 성과를 세 가지 꼽았다. “미디어 아트 저변 확대에 일조하고, 공동체적 삶을 위한 예술의 역할을 모색하고, 예술창작의 구심점을 재발견하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카메라폰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이전인 2004년 작가 50여명의 작품을 휴대전화로 내려받을 수 있게 했던 엠 갤러리는 국내 모바일 아트의 시초격이다.

지난 9월 열린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의 총감독을 맡은 그는 “7개월 동안 스태프와 밤잠을 설쳐가며 동분서주했다”면서 “모바일 아트, 웨이브, 블러, 투모로 스쿨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해외 관계자 등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언제 그런 행사가 있었느냐는 듯 벌써 잊혀져버려 안타깝다”고 말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노 관장은 “힘들 때마다 하나님이 저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사람을 보내 주셨다”면서 “앞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체계적인 창작센터도 만들고 거의 모든 산업에 미디어 아트가 적용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작가와 기업을 이어주는 일종의 에이전시 역할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동안 일에만 몰두하다 보니 언론과의 접촉이 별로 없었다는 그는 “이제부터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설 계획”이라며 “이곳에 오면 돈도 벌고 인생을 자발적으로 재미있게 사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많이 알려 달라”고 주문했다. “SK그룹의 지원은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많이 지원하라고 말 좀 해 달라”며 웃었다. 아트센터나비 10년의 세월을 정리하는 전시는 내년 2월 19일까지 열린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