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4선 성공… “부정선거 의혹” 대규모 시위
입력 2010-12-21 01:05
16년의 장기 집권과 야당 탄압으로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56) 벨라루스 대통령이 4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야당 지지자 4만여명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벨라루스 선거관리위원회는 19일(현지시간) 실시된 대선에서 루카셴코 현 대통령이 79.67%의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대선에선 루카셴코와 9명의 야당 후보가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야당 지지자 수만명은 선거 직후 투표용지 보안과 선거구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투표가 예정보다 일찍 시작됐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투표 직후 출구조사에서 루카셴코가 압도적 지지(79.1%)를 받았다는 결과가 발표되자 야당 지지자들은 “루카셴코는 하야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주요 정부기관이 위치한 독립광장으로 행진했다. 1996년 루카셴코에 반대하는 가두시위 이후 최대 규모의 야당 집회다.
하지만 시위는 몇 시간 만에 끝났다. 정부 청사 안으로 진입하려던 시위대는 경찰에 밀렸고, 진압 군경이 추가 투입되면서 시위자 대부분이 달아났다. 이 과정에서 시위자 수십명이 부상했다. 야당 후보 블라디미르 네클리야예프는 경찰의 곤봉에 맞아 병원으로 후송됐다. AP통신은 안드레이 사니코프, 니콜라이 스트트케비치 등 대선 야당 후보 4명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벨라루스는 91년 옛 소련이 붕괴되면서 독립했다. 하지만 루카셴코가 94년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장기독재체제 시대를 맞게 됐다. 루카셴코는 경찰국가를 유지하면서 독립적인 방송을 허용하지 않고 야당을 억압하며, 산업의 80%를 국가 통제 아래 두고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