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사격훈련] 대피 주민들 “우리가 쏘는 포 소리 맞나” 불안
입력 2010-12-20 21:51
사격훈련은 20일 오후 2시30분 ‘쿵’ 소리와 함께 시작됐다. 연평면 서부리 군면세점(PX) 뒤편 약 50㎡(16평) 크기의 주민대피소에서는 포성이 희미하게 들렸다. 주민 15명과 면사무소 직원 3명, 군경과 내외신 기자 등 28명은 1시간여 동안 1∼2분 주기로 들리는 K-9 자주포의 포성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오전 9시부터 대피소로 피신한 주민들은 오전 11시부터 두 차례 연기된 포사격 훈련으로 지쳐 있었다. 낮 12시 대피소 안에서 라면과 과자로 점심을 해결한 주민들은 동네 이야기를 나누며 훈련시간을 기다렸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언뜻언뜻 비치는 표정에서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오후 2시30분 군 당국의 훈련개시 소식이 전해지자 대피소 안에는 순간 정적이 흘렀다. 희미하게 들리는 포성을 듣기 위해 모두 숨소리조차 멈추는 듯했다. 20분쯤 지나자 정적이 조금씩 풀렸다. 전투모와 방탄복에 K-2 소총으로 중무장한 해병대 소속 장병 2명이 대피소를 통제하고 있었지만 주민들은 한결 마음이 놓인다는 표정이었다.
K-9 사격훈련이 끝나고 약 20분의 휴식이 있었고, 3시30분부터 벌컨포로 추정되는 화기 사격이 약 30분간 계속됐다. 폭죽이 터지는 듯한 벌컨포 포성은 K-9 자주포보다 훨씬 생생하게 들렸다. 주민들은 포성이 들릴 때마다 “우리 쪽에서 쏘는 것 맞느냐”고 서로에게 물었다.
오후 4시4분쯤 사격훈련이 끝나자 대피소 안에는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주민 이정규(73)씨는 “생각보다 사격훈련이 밋밋하게 끝난 것 같다”며 “아무리 연습이지만 지난번 북한의 2차 포격 때처럼 좀 쏟아부어야 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씨의 말에 다른 주민은 “시원하게 쏟아붓다가 누가 책임질 거냐”며 반박하기도 했다.
주민 단춘남(47·여)씨는 “사격훈련이 끝났지만 북한이 또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여전히 불안하다”며 “제발 이 상태로 상황이 종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은 오후 6시30분 대피령을 해제했다.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가 저녁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대피령이 해제된 연평도 거리에는 가로등이 켜졌지만 안개가 짙게 깔려 20m 앞을 볼 수 없었다. 면사무소와 농협 등 관공서 인근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엔 적막이 다시 찾아왔다.
군 관계자는 “오늘은 K-9 자주포와 벌컨포를 비롯한 다양한 화기를 사용해 성공적으로 사격훈련을 마쳤다”며 “훈련상황은 종료됐지만 치안 유지를 위해 분대 단위의 순찰을 매시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평도=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