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사격훈련] 대응 엄두못낸 北 “南·美 본거지 날릴 것” 말폭탄만
입력 2010-12-20 22:02
우리 군이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한 20일 북한은 서해 주요 기지의 해안포 포문을 열고, 방사포 부대를 전진 배치하는 등 도발 태세를 보였다. 그러나 북측은 당초 ‘전면전’ ‘핵전쟁’ 등을 운운했던 것과 달리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며 대응 포격을 해오지는 않았다.
우리 군이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춰 기습도발이 어렵고, 유엔군사령부 회원국 대표들이 훈련을 참관하는 상황을 의식한 ‘현실적인’ 선택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우리 훈련이 끝난 지 2시간30분 만인 오후 6시30분쯤 ‘인민군 최고사령부’ 명의 보도문을 통해 “미제와 남조선 괴뢰군부 호전광들은 연평도 포격전의 참패에서 교훈을 찾는 대신 연평도 일대에서 수천발의 총포탄을 발사하는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다”며 “우리의 군사적 대응을 유도해 조선반도 정세를 전쟁 접경으로 몰아가려는 음모의 산물”이라고 비난했다. 중앙통신은 또 “쓰다 남은 포탄이나 날린 유치한 불장난”이라며 “우리 혁명무력의 2차, 3차 강력한 대응타격은 미국과 남조선 괴뢰호전광들의 본거지를 청산하는 데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북한의 반응은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식’ 전술로 해석된다. 우리 군이 사격훈련을 실시한 날 방북한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지사에게 핵 사찰 복귀 의사를 밝힌 것이 그 예다. 연평도 포격 도발 국면을 북·미 대화 또는 6자회담 재개 국면으로 바꾸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장은 “북한이 5∼6개월 정도 평화공세를 펼치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다시 본격적으로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특히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서부전선 최전방에 위치한 ‘애기봉 등탑’에 대해 공공연한 위협을 가해왔다. 노동신문은 “대형 전광판에 의한 심리모략전이 새로운 무장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망동”이라며 “북남 사이에 첨예한 긴장국면이 조성되고 있는 속에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도발 소동도 무력충돌과 전면전쟁의 발화점으로 될 수 있다”고 협박했다. 애기봉 등탑 점화는 2004년 6월 남북장성급 회담에서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을 중지하기로 합의하면서 중단됐다. 그러나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이번 성탄절을 맞아 성탄 트리를 만들고 점등식을 하겠다는 뜻을 밝혀 군 당국이 허가한 상태다.
최근 ‘애기봉 등탑’과 마주보는 북한군 지역의 정찰병력 수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21일로 예정된 점등식을 겨냥해 도발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애기봉은 북한과 불과 3㎞ 떨어져 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