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대출 ‘미소금융’ 출범 1년 明暗… “서민들 자활의지 부축”

입력 2010-12-20 21:33


정부가 주도하는 저소득자와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액대출사업인 미소금융이 지난 15일 출범 1년을 맞았다.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박대’받았던 사람들에게 컨설팅을 통해 자활의 토대를 제공한다는 호평이 나오는 반면에 홍보와 인력 부족으로 정작 필요한 영세상인 등이 제도의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유일한 생계수단은 1995년식 용달화물차 한 대뿐인 신용불량자. 용달차로 건설현장이나 이삿짐센터 등에서 용역일을 하는 고영권(50)씨의 삶은 고달팠다. 재혼한 그에겐 돌봐야 할 자식이 4명이나 됐다. 토스트 노점상을 하던 아내가 돈을 모아 신림동의 한 시장에 열었던 곱창구이 식당은 2003년 수해로 2000만원 이상의 피해만 남긴 채 문을 닫았다.

서울 신림동에서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5만원짜리 다세대 주택을 구했지만 생활비가 문제였다. 경기 침체로 일용직 자리도 마땅치 않았다. 15년 된 용달차는 고장이 끊이지 않았다. 새 차를 구입하고 싶었지만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기란 불가능했다. 이때 용달협회가 고씨에게 SK미소금융재단의 용달사업자 지원 사업을 알려줬고, 고씨는 연 2% 금리로 1000만원을 빌려 화물차를 새로 샀다. 지난 8월의 일이다.

지난 17일 신림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고씨는 짧은 스포츠형의 희끗희끗한 머리에 이마엔 주름살이 깊게 패여 있었다.

고씨는 “나이가 많아 용달차 말고는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다”면서 “게다가 기존 용달차가 너무 고장이 잦아 영업도 못 나가고 집에서 쉬는 날이 많았다”고 말했다.

건설경기가 주저앉고 이삿짐센터 일도 근처 대형 업체들이 싹쓸이하는 통에 고씨는 한 달에 3∼4번 정도밖에 일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연 2%의 저금리 대출이 아니었다면 또다시 생활고에 빠졌을 터다. 현재 고씨가 매월 상환하는 원리금은 24만6000원 수준이다.

고씨는 “사실상 사채 말고는 찾을 데가 없어 자포자기했었다”면서 “큰 금액은 아니지만 무보증 무담보로 1000만원을 빌릴 수 있었던 덕분에 재기의 발판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도 곧 일을 다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은 상환액이 좀 부담되지만 악착같이 버티다보면 생활이 좀 더 나아질 것 같다”며 웃었다.

SK미소금융재단 관계자는 “고씨는 낮은 신용 때문에 할부금융을 이용하지 못했었다”면서 “경기가 좀 풀리면 고씨도 월 200만원대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백상진 인턴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