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금 줄여 ‘승자의 저주’ 없애겠다”… 현대그룹, 2조 규모 유상증자 추진

입력 2010-12-20 18:23

채권단이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교체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현대그룹이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을 통해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키로 했다.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자동차그룹과 채권단에서는 그동안 현대그룹의 차입금 규모가 많아 과거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했던 금호그룹이 부실에 빠진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지적해 왔다.

현대그룹은 현재 접촉 중인 외국계 전략적 투자자(SI) 및 재무적 투자자(FI)들을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의 유상증자에 참여시켜 그 대금으로 현대건설 인수금 일부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차입금 의존을 줄여 소위 ‘승자의 저주’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투자사로는 유럽계 3곳, 중동계 2곳, 미국계 2곳 등 7곳이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대규모 인수합병(M&A)에서는 해외투자자들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M&A에 참여하는 방식이 많이 활용된다”며 “이미 설립돼 있는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을 사실상 SPC로 활용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또한 채권단에 대해 예정대로 M&A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대그룹 측은 “채권단 관계자가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5조1000억원을 받을 수 있는 거래를 뚜렷한 명분 없이 무산시키면 주주들에게 배임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했는데, 배임을 걱정한다면 법과 입찰규정에 따라 현대그룹과 맺은 양해각서(MOU)에 근거해 정상적으로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며 “MOU를 해지하고 4100억원이나 낮은 가격을 제시한 현대차그룹과 협상하겠다는 것이야말로 배임”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채권단 측은 현대그룹이 밝힌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의 유상증자 계획과 상관없이 예정대로 MOU 해지 안건 등 의결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대건설 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현대차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신속하게 매각 작업을 진행해 달라고 채권단에 요구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