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사격훈련] 기대할 수 없는 중국·애매한 러시아 ‘태도’ 확인

입력 2010-12-20 18:16


역시 중국이 문제였다.

19일 오전(현지시간)에 긴급히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이 끝까지 북한 편들기를 해 성명 채택에 실패했다. 하지만 박인국 유엔주재 한국대사는 회의가 끝난 뒤 “결과적으로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안보리는 20일 정례회의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시 논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온종일 진통=러시아, 긴급회의 소집 요구→러시아, 북한 규탄 없는 ‘남북 자제 촉구’ 성명 초안 마련→미국 등, 북한 규탄 없는 성명 내용 반대→영국, 연평도 공격 규탄 내용 담은 별도 초안 회람→중국, 반대→러시아, 영국 초안에서 ‘북한’과 ‘연평도’ 빼고 수정안 마련→중국, 다시 반대→합의 없이 회의 종료.

무려 8시간30분간 이어진 안보리 긴급회의 진행 상황이다. 중국은 노골적으로 북한을 편들었다. 대다수 이사국들은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 대한 규탄 내용 삽입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러시아가 회의 소집을 요구한 취지는 ‘남북한 모두에게 자제를 촉구하는 것’이었다. 외견상 균형 잡힌 주문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국군이 사격훈련을 취소하라는 의미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상임이사국들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긴장 고조의 원인이며 이를 규탄하는 내용이 없다면 성명을 채택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수전 라이스 미국 대사는 “다수 이사국들이 북한의 천안함 침몰 및 연평도 포격을 강하게 규탄했다”고 분위기를 소개했다.

회의가 진통을 거듭하자 러시아가 영국의 초안에서 ‘북한’과 ‘연평도’ 표현을 빼고 중국 입장을 다소 반영한 수정안을 제시했다. 중국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박 대사는 “대다수 국가가 연평도 공격을 비난해 중국이 수세에 몰렸던 분위기”라고 전했다.

◇논의 전망=중국과 다른 국가들과의 시각차가 뚜렷해 안보리 논의가 계속될지 불투명하다. 주요 이사국들의 비공식 논의는 있겠지만 안보리 차원에서 가시적 진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한국군 사격훈련 이후 북한이 대응 타격을 할 경우 안보리가 즉각 회의를 재소집해 한반도 문제를 심각하게 다룰 가능성이 크다.

정부로선 이번 회의를 통해 국제사회가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비판하는 입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러시아의 회의 소집 취지가 ‘남북한 동시 자제’를 촉구하는 것이어서 우리 정부로서도 군사적으로 계속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기는 부담이 있다. 러시아 대사는 회의가 끝난 뒤 재차 한국군의 사격훈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엔주재 남북 대사들은 장외에서 설전을 벌였다. 박 대사는 이번 회의가 “북한의 연평도 공격이 비난받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박덕훈 유엔주재 북한 차석대사는 회의 중간 휴식시간에 기자들과 만나 “외교적으로 해결이 안 되면 우리 군이 나설 것”이라면서 “이번 사태는 남북 간 문제이지 국제평화와 안보위협을 다루는 안보리에서 논의할 사안은 아니다”고 천안함 사태 때와 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