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前총리에 돈 안줬다” 핵심증인, 법정서 진술 번복
입력 2010-12-21 01:03
검찰 조사에서 한명숙 전 총리에게 9억원대의 불법정치자금을 건넸다고 진술한 건설업체 전 대표 한모(49·구속수감)씨가 20일 “한 전 총리에게 어떤 정치자금도 준 적이 없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돈을 줬다는 핵심증인이 진술을 번복함에 따라 실제 돈이 오갔는지에 대한 검찰과 한 전 총리, 증인 사이의 법정 공방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한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 불법정치자금 관련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해 “억울하게 빼앗긴 회사를 되찾고 싶은 욕심에 검찰에서 허위 진술했지만 수개월 전 마음을 바꿨다”며 “거짓되고 조악한 나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것이다. 심한 죄책감에 자살도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씨는 돈을 줬다는 검찰 진술에 대해 “지난 4월 사건 제보자인 회사 감사 출신 남모씨가 찾아와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협조하지 않으면 불리할 수 있다’고 겁박했다”면서 “이후 노트에 (허구로) 스토리를 구성해 진술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씨의 제보 사실 등을 안 뒤 수사가 확대돼 남씨의 잘못이 드러나길 바라는 마음에 허위진술을 하게 됐다”며 “수감 중이라 마땅한 거짓말이 떠오르지 않아 차를 댄 경험이 있는 한 전 총리의 자택 근처 주차장 등에서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한씨가 언급한 남씨는 ‘한 전 총리가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제보를 검찰에 제공한 인물로 알려졌다.
한씨는 당초 한 전 총리 등에게 건넸다고 진술한 9억여원 중 3억원은 한 전 총리 측근인 김모씨에게 빌려줬고 남은 6억여원 중 일부는 자신이 쓰고 나머지는 교회 공사 등 수주에 도움을 준 박모씨, 또 다른 김모씨에게 성과급으로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한씨가 돈을 받았다고 주장한 박씨 등과 한씨의 대질 신문을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다음 기일로 미뤘다. 그러나 검찰은 한 전 총리가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증거를 이미 확보한 만큼 공소 유지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 윤갑근 3차장검사는 “한씨의 진술 외에도 회사 장부와 비밀 장부, 계좌추적 결과, 직접 관여했던 회사 관계자 진술 등 객관적 증거들이 많이 있다”며 “한씨의 거짓말이 금방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세 차례 현금과 미화, 자기앞수표 등으로 불법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7월 불구속 기소됐다. 다음 재판은 내년 1월4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안의근 노석조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