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연평도 사격훈련이 여야 ‘대화 테이블’ 앉혔다
입력 2010-12-20 21:44
예산안 강행 처리 후 등을 돌렸던 여야가 20일 대화 채널을 열었다. 한나라당 김무성,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우리 군의 연평도 사격훈련 재개와 관련, 국회 국방위와 외교통상통일위를 열자는 데 합의했다. 이어 양당의 국방위 및 외통위 간사 간 별도 협의와 양당 원내수석부대표 간 회동을 통해 21일 오전 10시 각각 국방위와 외통위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다.
꽁꽁 얼어 있던 여야의 대화를 재개시킨 것은 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이었다. 민주당은 북한의 재도발 위협이 이어지고 남북의 군사 대립이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된 상황에서 국방위와 외통위에서 정부의 현안 보고를 받자고 제의를 했고, 한나라당도 이를 받아들였다. 여야는 구제역 확산 문제를 다루기 위한 농림수산식품위원회도 22일 열기로 합의했다.
오전만 해도 여야의 대화 재개는 쉽지 않아 보였다. 오전에 나란히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가 사격훈련에 대한 대응을 놓고 상대 당 비난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야당은 연평 도발 만행이 채 가시지 않은 위중한 안보상황을 직시하고 맹목적이고 정략적인 공세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했고, 김 원내대표도 “온 국민이 똘똘 뭉쳐 대응해도 모자랄 마당에 야당은 도대체 어느 나라 정당인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연평도에서의 주권 행사는 존중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문제고 나아가 서해와 한반도 평화에 긴요한 문제인 만큼 사격훈련의 중지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안보에 대해 무능하고 무모함까지 갖춘, 국민에 대해 무책임한 3무 정권”이라고 했고, 정세균 최고위원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자포자기식”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 대화 재개의 희망은 내비쳤다. 한나라당 안 대표는 “(민주당은) 국회로 돌아와 정당 본연의 책무에 충실해주시길 바란다”고 했고, 민주당 손 대표는 “안보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기로 했고 국회 국방위와 외통위 소집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양당의 회의가 끝난 후 오전 11시쯤 한나라당 김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 원내대표는 통화를 통해 국회 국방위와 외통위 개최에 의견 접근을 봤다. 오후엔 한나라당 이군현·민주당 박기춘 원내 수석부대표가 만나 국방위와 외통위 개최 일정을 확정했다.
박 수석부대표는 회동에 앞서 “야당이 그동안 주장했던 부분에 대해 여당이 조금이나마 받아들여 여야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 수석부대표는 “야당의 제안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화답했다.
박 수석부대표는 회동에서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친수법) 및 서울대 법인화법 등 예산안 강행 처리 시 함께 처리됐던 쟁점법안에 대한 재논의와 4대강 사업 예산 재심의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 수석부대표는 이미 본회의를 통과한 사안이라며 난색을 표시했다.
정승훈 강주화 유성열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