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발생 땐 대화의 장으로”… ‘목회자 性윤리, 어떻게 할 것인가’ 포럼

입력 2010-12-20 18:35


최근 여러 목회자들이 성(性) 윤리 논란에 휘말려 낙마하거나 곤욕을 치렀다. 기독교인 특히 목회자들의 성범죄는 한국교회 이미지를 추락시키고 복음 전파에도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목회자, 성도, 교회 및 교단 등 한국교회 전체 구성요소들이 협력해 목회자의 성적 타락 예방과 회복을 위한 윤리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목회자 성 윤리, 어떻게 할 것인가’ 포럼이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과 바른교회아카데미 등 주최로 20일 서울 남산동 청어람 사무실에서 열렸다.

기윤실 공동대표인 이동원 지구촌교회 목사는 “성 윤리에 관한 한 한국교회는 매우 은폐적이었고 이야기하는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돼 왔다”며 “정직한 대화의 장으로 가져 나와 함께 아파하고, 치유의 대안을 마련하고, 잘 예방함으로써 교회의 본질과 거룩함을 회복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박성자 기독교여성상담소 소장은 교회 내 성폭력의 가장 큰 특징으로 목회자의 권력 남용과 그로 인한 성서의 오용 및 자의적 해석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교회 내 성폭력 문제를 전담해 처리할 수 있는 구조가 없고, 교단에도 관련 법 규정이 없어 가해 목회자를 징계·처벌하거나 피해자를 돌보고 치유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목회자 자신도 유혹에 빠질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인식하고 홀로 심방을 하거나 밀폐된 공간에서 상담하는 것은 삼갈 것’ ‘배우자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할 것’ ‘성적인 문제와 관련한 어려움이 생겼을 때 믿고 의논할 수 있는 자원(선배 목회자나 전문 상담가 등)을 개발할 것’ 등을 극복 방안으로 제안했다.



기독법률가회 사회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종운 변호사는 ‘은밀성과 입증의 곤란’ ‘고소의 어려움’ ‘신앙적 위계관계’ ‘상습·재범의 가능성’ ‘제2차 피해의 심각성’ 등을 교회 내 성범죄의 특수성으로 들었다. 박 변호사는 “아무리 뛰어난 목회자라 하더라도 영적인 긴장의 끈을 놓치게 되면 성적으로 타락한 세속 정신에 몸과 마음이 물들어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승호 영남신학대학교 교수는 예비 목회자 단계부터 성 윤리관 확립을 위한 철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신학교들의 신학대학원 과정에 성 윤리 과목이 거의 개설돼 있지 않고 학기 중 사경회나 채플 등 시간에도 관련 설교나 훈련이 거의 없다고 김 교수는 꼬집었다.

홍인종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는 “성적 범죄를 지은 목회자가 회개와 하나님의 용서, 재헌신 등을 통해 복귀해도 리더십에 큰 손상을 입기 때문에 그 사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전제한 뒤 목회 복귀를 위해서는 우선 진정성 있는 회개와 목회 현장에서 떠나는 유예기간, 상담과 영적 지도, 부부관계의 회복 등이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