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파견 보장없고, 언어능력 부족한데 고액연봉 요구… 해외취업박람회는 ‘말만의 잔치’

입력 2010-12-20 22:16

“취업 공고에서는 해외법인으로 곧바로 파견할 계획이라고 돼 있던데요?”(김모씨·50)

“당장은 힘듭니다. 우리 회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돼 있어야 가능합니다.”(J실업 이모 이사)

지난 17일 오후 경기 고양시 대화동 킨텍스에서 열린 ‘퇴직전문인력-해외투자기업 취업박람회’의 한 상담창구. 대기업인 H해운의 일본 도쿄 주재원으로 7년간 근무하다 10년 전 퇴직한 김씨는 “해외 재취업을 희망하고 3군데 면접을 봤지만 해외로 보내준다는 업체는 한 곳도 없다”면서 “사전 공고와 달라서 좀 의아했다”고 말했다.

◇구직·구인자, ‘눈높이 차이’ 여전=이번 취업박람회는 대기업을 퇴직한 전문인력과 이들을 채용하기 원하는 해외투자기업을 이어주기 위해 지식경제부와 코트라가 주관한 행사였다. 하지만 구직자와 구인업체 간 ‘기대수준 차이’가 커 행사 취지를 살리기에는 미흡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베트남 진출을 꾀하고 있는 철강업체 D사의 박모 사장은 “우리 회사는 비상근 해외 고문역 1명이 필요했지만 지원자로 나선 4명 모두가 상근직에 임원급 대우를 원했다”면서 “게다가 억대 연봉까지 요구하는 바람에 채용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 플랜트 업체 면접에 참여한 전모(52)씨는 “10년 넘게 해외에서 근무한 경력과 영어실력까지 포함하면 재취업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고 확신했다”면서 “그런데 나이를 많이 따지는 것 같아 기분이 상했다”고 말했다.

대기업 출신 구직자들의 과도한 ‘눈높이’는 구인 업체들의 불만사례로 꼽혔다. 동남아와 구소련 지역에 플랜트 수출을 준비 중인 P사의 인사 담당자는 “회사 형편을 고려해서 구직자들에게 계약직을 제시하니까 단번에 서운한 감정을 표시하더라”면서 “구직자 대부분이 자신을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코트라 등 “정확한 정보로 눈높이 맞출 것”=지난 7일 해외건설협회 주최로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해외건설 경력자 채용 박람회’도 마찬가지. 해외 원전 등의 수출로 향후 3년간 6000명의 해외건설 인력이 필요하다는 소식이 취업 시장에 전해지면서 건설사를 비롯한 구인업체 20여곳에 구직자만 1600여명이 몰렸다. 하지만 구직 업체 인사 담당자들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아 보였다.

국내 대형 건설업체인 D사 해외노무팀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현장에 직접 투입이 가능한 인력이 필요해서 근무 경험과 외국어 의사소통 능력을 중시하지만 요건을 충족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해외건설협회 측은 구직자들의 경우 본인의 경력관리와 높은 연봉(국내 대비 1.3∼2배)을 기대하고 무조건 해외취업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트라 및 해외건설협회는 향후 해외진출기업의 인력 채용을 지원할 경우 구직자 및 구인업체들 간 정보의 ‘갭’을 줄이고 상호 눈높이를 맞춰주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박재찬 기자, 유동근 윤일 인턴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