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대통령의 나이

입력 2010-12-20 17:56

우리나라 10명의 전·현직 대통령 가운데 가장 많은 나이에 국정을 이끈 사람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다. 73세에 취임해 85세까지 12년간 재임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 수립 당시 독립운동가로서 명성이 높았지만 대통령을 맡기에 나이가 너무 많다는 여론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대통령 감으로 함께 거론되던 84세 서재필 박사와 비교되면서 나이가 큰 약점이 되지는 않았다. 70대 중반에 6·25 전쟁을 맞았지만 대과 없이 국난을 극복했다. 1960년, 85세의 나이에 재집권을 시도했으니 노익장 하나만큼은 알아줘야 할 것 같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 대통령보다 한 살 더 많은 74세에 집권했다. 대통령 선거 때 나이가 쟁점이 됐다. 상대 후보 측은 김 대통령의 건강 문제를 부각시켰지만 ‘준비된 대통령’이란 슬로건으로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김 대통령과 공동정부 구성에 합의한 김종필, 박태준씨도 70대였으나 경륜을 갖춘 지도자들이란 점을 적극 홍보함으로써 선거에 오히려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 있다. 김, 박씨는 김대중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다.

윤보선, 최규하, 김영삼, 이명박 대통령은 60대에 취임했으며 노태우, 노무현 대통령은 50대에 청와대 주인이 됐다.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은 취임 당시 각각 46세와 49세였다. 박 대통령은 무려 16년간 재임했지만(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직 제외) 10·26 사태로 서거할 때 62세밖에 되지 않았다.

대통령이 나이가 많아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큰일이다. 하지만 질곡의 우리 헌정사에서 대통령의 건강이 문제된 적은 한번도 없다. 체질상 건강을 타고난 사람만이 대통령이 된다고 볼 수도 있겠고, 대통령이 되면 더 건강해진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저께 칠순(七旬)을 맞았다. 1941년 12월 19일생이니까 만(滿)으로 치면 69세지만 우리 나이로 일흔이 됐다. 이날은 대선 승리 3주년이기도 하고, 김윤옥 여사와는 결혼 40주년이어서 나름대로 의미가 크다. 그럼에도 특별한 기념행사 없이 가족들과 차분하게 보냈다. 북의 연평도 도발 이후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된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의 이목이 이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려있다.

요즘 나이 일흔은 청년으로 통한다. 청와대를 떠나는 그날까지 지금처럼 역동적으로 나라를 이끌어 주길 바란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