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 못할 것 없다
입력 2010-12-20 17:35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이른바 ‘북한 리스크’가 다시 금융시장에 그늘을 드리운 듯하다. 지난달 23일 있었던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 자위 차원에서 준비된 우리 군의 연평도 부근 해상사격훈련과 그에 따른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 내지 남북한 긴장고조 등에 대한 시장의 우려 때문이다.
그런데 금융시장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했다. 해상사격훈련이 예고된 20일 오전 코스피 지수는 장중 한때 2000선을 밑돌아 지난 주말보다 27.07포인트(1.3%)나 주저앉았다. 하지만 지수는 꾸준히 낙폭을 줄여갔고 2020.28로 장을 마감했다. 낙폭은 겨우 6.02포인트(0.30%)였다.
원·달러 환율 역시 20일 서울 외환시장이 열리자마자 원화가치 급락세(환율 급등세)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안정세를 찾아 지난 주말보다 2.7원 내린 1150.02원으로 마감했다. 원화 가치는 소폭이나마 되레 높아진 셈이다. ‘북한 리스크’란 말이 무색할 정도의 반응이다.
최근 아일랜드 발(發) 유럽 재정위기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흐름 가운데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내년부터 도입키로 한 장단기 외채에 대한 거시건전성부담금(은행세)도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환율은 하락세를 보였다.
‘북한 리스크’에 대한 여파와 규모를 어제 하루의 금융시장 동향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어쩌면 그것은 조금 과장된 것인지 모른다. 그것은 일시적으로 시장을 출렁거리게 할 수 있는 소재임엔 틀림없지만 본질까지 흔들지는 못하는 것으로, 시장은 적어도 지금 그렇게 평가하고 있다.
현실을 과소평가하는 것도 옳지 않지만 침소봉대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만에 하나 있을 수도 있는 ‘북한 리스크’ 여파에 대한 대응체계를 우선 철저하게 갖춰야 한다. ‘북한 리스크’는 당장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각 상황에 맞춰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정부와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를 경계한다면 관리하지 못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