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의 제3 도발에 대비하라

입력 2010-12-20 21:14

연평도 해상 포사격 훈련이 예고된 대로 20일 오후 약 1시간 34분 동안 실시됐다. 지난달 23일 훈련 때와 같은 북한의 포격 도발은 즉각 일어나지 않았다. 북한의 온갖 협박에 굴하지 않고 의지를 과시한 군에게 경의를 보낸다. 동요하지 않고 훈련을 지지하고 성원한 대다수 국민의 얼굴엔 안도와 믿음의 표정이 나타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북한은 국론이 분열됐을 때 우리를 넘본다”며 “이럴 때일수록 우리 국민이 하나 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민노당 등 일부 정치 세력과 좌파 언론은 전면전 확전 가능성을 떠들었다. 심지어 북한의 핵 사용을 암시하면서 포사격 훈련에 반대하고 국민을 겁박했다. 그러나 지난 지방선거에서 이들이 천안함 폭침의 진실을 호도하고 ‘전쟁이냐 평화냐’ 거짓 구호로 불안감을 조장해 이득을 보았던 상황은 반복되지 않았다. 북한의 도발과 협박이 거듭되자 국민들은 비로소 진실에 눈을 떴다.

연평도 해병부대의 포사격 훈련은 매년 몇 차례씩 영해에서 실시해온 통상적인 방어 훈련이다. 이날 훈련은 지난달 북한의 포격 도발로 중단된 훈련을 마무리 지은 것이다. 북한의 위협이나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의 외교적 간섭으로 취소될 수 없는 주권 행사이다. 만약 사격훈련을 재개하지 않았다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분쟁지역으로 만들려는 북한 의도에 말려드는 결과가 됐을 것이다.

軍 의지와 국민 인내로 훈련 성과

해병대 연평부대는 K-9자주포를 비롯해 105㎜견인포 벌컨포 81㎜박격포 등 편제된 화기를 모두 동원해 훈련에 임했다. 포탄은 지난번 훈련 때와 같이 연평도 서남방 영해 상에 설정된 구역을 향해 발사돼 NLL에서 10㎞ 이상 남쪽으로 떨어졌다. 군 당국이 훈련 시기를 잡는 데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은 훈련 지역과 북한 해안포 기지 주변의 기상조건이었다. 탄착점을 관측하고 북한군 동향을 정확히 파악해 또 도발할 경우 포격 지점을 초토화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훈련 당일 짙은 해무를 피해 두 차례나 훈련시간이 연기됐다. 그 정도로 도발에 대한 응징 의지를 다지고 있었다.

실제 북한군은 해안포와 방사포를 전개하는 등 도발 태세를 강화했고 격납고에 있던 전투기가 밖으로 나와 출격 대기 중이었다고 한다. 우리 공군 F-15K 전투기도 서해상에서 대기했고 해군은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 등 함정 10여척을 서해에 전진 배치했다. 이번 훈련에 대해 자위적 타격을 가하겠노라고 큰소리 친 북한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시간에 제3의 지역에서 새로운 형태의 도발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전군은 경계 태세를 풀지 말아야 한다.

핵사찰 수용 등 평화 제스처에 주의

한반도에 일촉즉발의 긴장 상황이 전개되자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긴급 요청, 한국시간 20일 오전 1시부터 8시간 30분 동안 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의 지난달 연평도 포격을 규탄하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데 반대해 의장성명은 채택되지 못했다. 이사국 대부분이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정당한 이유가 없는 침략행위라며 강하게 규탄했지만 중국은 노골적으로 북한을 편들었다. 러시아도 남북 양측의 자제를 촉구하자는 양비론적 입장이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의 공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중국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안보리 해프닝에서 거듭 확인됐다. 이번 훈련은 국제사회의 우려를 인지하지만 국가의 주권 행위는 필요할 때 결행되어야 한다는 선례를 세웠다는 의미가 크다.

훈련이 실시되던 시간 미국 CNN방송은 북한이 평양을 방문 중인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와 지난해 4월 추방했던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단의 영변 핵시설 복귀를 허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또 남북한과 미국이 참여하는 분쟁지역 감시 군사위원회와 군사핫라인 구축에 대해서도 고려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려고 평화 제스처를 쓰면서 NLL을 분쟁지역으로 만들려는 꼼수이다. 더욱이 북한이 우라늄 농축에 사용된 핵연료봉과 1만2000개의 미사용 연료봉을 한국에 판매하려 한다는 엉뚱한 이야기까지 흘렸다. 이처럼 치졸한 양동작전으로 미루어 볼 때 이번 훈련에 대한 북한의 대응 도발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