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학철씨, 서울시교육청 재능기부자 자격 중학교서 특강
입력 2010-12-20 21:15
“꿈, 가까운 이웃에 말하세요 그래야 씨앗이 되고 발아 시작”
20일 오전 10시 서울 역삼동 역삼중학교 목련관. 최근 종영한 SBS드라마 ‘자이언트’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배우 김학철(50)씨가 서울시교육청의 재능기부자 자격으로 특강에 나섰다. 주제는 화술. 강사 소개부터 남달랐다. 드라마 ‘대조영’ ‘야인시대’ 등에 출연한 김씨는 극중 인물의 대사를 선보였고 학생들은 웃음보를 터뜨렸다.
특강은 쌍방향으로 진행됐다. 김씨는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마이크를 건네며 10년 뒤 나의 모습과 장래희망 등을 1분 스피치 형태로 말해 달라고 했다. “정원혁 학생, 체구는 아담하지만 꿈은 원대할 거 같다. 떨린다고 생각하지 말고 10년 뒤 모습과 장래희망을 말해 주세요.”
정군은 수줍게 말을 받았다. “10년 뒤에도 잘 살고 있을 거 같고요. 꿈은 과학자가 돼서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김씨는 “과학자는 말을 잘할 필요는 없다. 과묵하게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자리”라며 격려했다.
경직됐던 분위기는 김씨가 학생들을 격려하면서 서서히 풀어졌다. 망설이던 학생들은 마이크를 건네기도 전에 손을 들고 의견을 밝혔다. 1학년 김홍석군은 “4학년 때 가족과 미국 플로리다에서 시간을 보냈을 때 가장 행복했고,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도 시험 성적이 안 나왔을 때 가장 슬펐다”며 “장래희망은 의사가 돼서 많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발표에 나선 대부분 학생이 가장 즐거웠던 기억으로 ‘가족과의 여행’을 꼽았다.
한민정양은 자신의 꿈을 선택한 이유를 조리 있게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저는 드라마 작가,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평소에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최근의 막장 드라마 열풍을 보면서 아쉬운 것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한양이 가장 재밌게 본 드라마로 ‘대조영’을 꼽으며 “배우들의 연기와 내용 전개, 역사문제를 깊이 다룬 점이 좋았다”고 말하자 김씨는 “내래 흑수돌이야”라며 극중 연기를 선보여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김씨 외에도 전 프로야구선수 양준혁씨, 소설가 공지영씨, 국악인 김덕수씨 등이 이날 서울의 중학교에서 문학, 야구, 국악 등 자신의 분야에 대해 특강을 했다. 소설가 공씨는 잠원동 신동중에서 열린 특강을 열고 “자신을 정말로 사랑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작가는 세상의 모든 것을 다루는 사람이므로 다 잘해야 하고 한편으로는 다 조금씩만 해도 된다”며 “글을 다루는 만큼 많이 읽고 일기를 꼭 쓰라”고 조언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문예체(문화·예술·체육) 부흥계획을 발표하고 각계의 유명인사를 재능기부자로 선발해 특강을 실시하고 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