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하루 전날까지도 이전투구

입력 2010-12-20 19:49

[미션라이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를 하루 앞둔 가운데 서울중앙지방법원이 20일 오후 김동권 목사와 길자연 목사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 처리해 두 후보가 대표회장 선거전에 나올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또 다른 막판 변수로 인해 한기총이 이전투구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기총 선거관리위원회가 고소 고발건을 놓고 설전의 장이 되고 있는 것.

이광선 한기총 대표회장은 지난 14일 대표회장 후보 정책토론회에서 ‘처치 스테이를 위한 5∼6년간 3000억원 조성 가능론’과 ‘특정 후보를 위한 선관위원들의 일방적인 구성 설’ 등의 문제를 제기한 길 목사를 한기총 선관위에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이 대표회장은 문화관광체육부 종무실장이 길 목사와 만나서 처치 스테이 조성을 위해 어떠한 논의를 한 적도 없었음을 확인했고 선관위 구성도 길 목사에게 불리하게 구성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명백히 허위사실 유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에 대해 한기총 실행위원들 사이에서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게 우세하다. 이 대표회장이 선거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면서 특정 후보를 편들며 이미 중립성을 상실했음을 만천하에 공표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안건으로 길 목사 반대 측이 홍재철 목사의 선관위원 접촉 사실을 들어 길 목사의 후보자격 박탈을 요구하고 나선 것을 들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대표회장은 문제의 인물로 지목된 선관위원 조경대 목사를 김윤기 목사로 발빠르게 바꿨다. 이와 관련, 한기총 안팎에서 길 목사의 후보 자격을 박탈을 위한 수순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 급변 속에서 길 목사 측도 김 목사 측이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몇몇 인사와 접촉한 사실을 들어 선관위에 고소한 상태다. 이에 대해 20일 오후 선관위 회의에서 최종 판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번 선거과정이 한기총 역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한기총이 이단사이비 대책을 놓고 우왕좌왕하는가 하면 선거 전날까지 특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정략적 행태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관위원 구성도 교단 안배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하지만 누가 봐도 특정인을 배제시키려는 의도가 노골화됐다는 의구심을 피할 수 없다.

한 실행위원은 “‘이김제길(以金制吉)’을 위한 정략적 모습에 실망했다”면서 “한기총 선거가 더 이상 불순한 정치꾼들에 의해 좌우되지 못하도록 실행위원들이 신성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실행위원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장두노미(藏頭露尾, 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숨기지 못하고 드러낸 모습)’가 낙점됐다는 데 지금의 한기총 모습이 바로 그렇다”며 “진실은 만천하에 밝히 드러난다는 역사적 경험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