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코리아’ 빛낼 국과위·과학벨트 제대로 띄워라

입력 2010-12-20 17:33


올해 과학기술계 최대 관심사는 국가 과학기술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국과위) 위상 강화와 기초과학 연구의 요람이 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의 신속한 추진이었다. 관련 법인 과학기술기본법과 과학벨트 특별법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 8일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과학기술계의 오랜 숙원은 일단 추동력을 얻게 됐다.

하지만 2011년 예산안 처리에 묻혀 충분한 논의 없이 졸속 통과됐다는 비판과 함께 향후 추진 과제 등에 대한 과학계의 활발한 토론과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과학벨트의 경우 입지 선정을 놓고 지방자치단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또 다시 정치에 발목 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과위, 인적 구성 및 R&D예산 배분·조정권에 승패 달렸다=지난 17일 발표된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 업무보고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의 상설 행정위원회로 거듭날 국과위는 내년 4월쯤 출범할 전망이다. 장관급 상임위원장과 상임위원 2명, 비상임위원 7명을 포함해 150여명으로 구성된 독립 사무처도 신설된다. 국과위는 연구개발(R&D) 포트폴리오 종합 기획, R&D 예산의 배분·조정 및 평가, 성과 관리 등을 총괄하게 된다.

가장 먼저 국과위의 인적 구성에 관심이 쏠린다.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은 과학기술계를 대표하면서 각 부처의 R&D 기능을 조정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인물이어야 하며 사무국 직원들도 전문성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상임위원장 후보로 국과위 위상 강화법안 통과를 이끈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과 윤종용 삼성전자 상임고문, 민동필 기초기술연구회장, 서정돈 성균관대 총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 조정, R&D기획 평가, 예산 등 주요 3가지 임무 수행에 중요한 역할을 할 상임위원수가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구발전협의회 안종석 회장은 최근 열린 국과위 개편 관련 토론회에서 “상임위원 숫자가 안 되면 이들의 역할을 보완할 특별위원회,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보좌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R&D 예산 75%의 배분·조정 권한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끊임없이 나온다. 국회를 통과한 과학기술기본법에는 당초 거론됐던 75% 규정이 빠졌다. 때문에 국과위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지 회의적 시각도 없지 않다.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은 “국과위가 R&D 예산권 75%에 대한 배분 조정권을 갖는다는 것은 (당정)합의사항이나 시행령에 담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D 예산 수립에 연구 전문가가 직접 참여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문길주 KIST 원장은 “연구 전문가에게 맡기지 않은 경우, 예산 편성을 다시하면 잘못됐을 때 면죄부를 주는 경향이 있으며 전문가를 세우면 면죄부가 없어진다. 그리고 연구성과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벨트 유치 과열…정치 아닌 과학기술계 논의로 결정돼야=기초과학과 비즈니스가 만나서 새로운 성장엔진을 만들어내는 미래형 과학도시 조성이 바로 과학벨트의 목표다. 국내외 석학급 연구자들이 참여해 세계적 연구성과를 도출할 기초과학연구원과 신물질 창출, 핵물리 연구, 유전자 및 돌연변이 연구의 기반이 될 중이온 가속기 건설이 두 축이다. 특히 노벨상의 약 20%가 가속기를 활용한 과학적 발전에 주어지고 있어 중이온 가속기는 국내 과학계의 꿈이었다. 과학벨트 조성에는 2015년까지 총 3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그런데 관련 특별법이 국회 통과되자 여러 지자체들이 앞다퉈 과학벨트 유치에 나서면서 자칫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올해 세종시 수정안 부결 이전까지 예정지였던 충청권이 법에 명시되지 않음에 따라 너도나도 유치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기존 충청권 외에 광주광역시와 대구·경북도, 경기도 과천시 등이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과학벨트가 세종시와 묶이면서 정치적 상황에 따라 표류하는 것을 한차례 지켜봐야 했던 과학계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결정이 아니라 과학계가 결정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초과학은 장기적인 전략 과제이기 때문에 과학기술계를 중심으로 과학벨트의 입지에 관한 기본 원칙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특별법에 규정된 요건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객관적 평가를 통해 최적의 입지를 선정하고, 교과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과학벨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 안에는 최종 부지를 확정할 계획이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