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수의 '영혼의 약국'(81)
입력 2010-12-20 09:24
'크리스마스'는 있고 '성탄'은 없다
단순하게 크리스마스가 예전 같지 않대서가 아니라, 이미 우리는 크리스마스의 성(聖)스러운 종교적 기능을 상실해 버렸습니다. 비일상성을 일상성과 버무려 버렸습니다. 성과 속의 코드가 깨져버린 상태에서의 크리스마스가 더 이상 ‘종교적’이 될 수 없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델라는 남편 짐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해 주고 싶어서 몇 달 동안 돈을 모았지만 1달러 87센트밖에 모으지 못했습니다. 남편은 대대로 물려받은 멋진 시계를 가지고 있었는데 시곗줄이 낡고 초라한 가죽이어서 그것을 차지 않고 품에 넣고 다니다가 시간 볼 때만 꺼내서 보곤 했습니다. 델라는 마침내 자기 금발머리를 잘라 팔아서 20달러 정도 하는 멋진 시곗줄을 선물로 샀습니다. 남편 짐도 아내를 위한 선물을 봐둔 게 있는데 보석이 박힌 멋진 빗이었습니다. 그것으로 아내가 머리를 빗으면 참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도 돈이 없어서 고민하다가 마침내 그 시계를 팔아서 빗을 샀습니다.
두 사람이 저녁시간이 되어 집에 와서 만났을 때, 짐은 델라의 머리 모양을 보고 놀랐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델라의 그 아름답고 긴 머리가 짧아졌던 것입니다. 그가 사온 빗은 별 소용이 없을지도 몰랐습니다. 델라는 짐을 위로하느라고 그 대신 멋진 시곗줄을 샀다고 자랑을 합니다. 짐은 자기가 받은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내에게 그 시곗줄을 채울 시계를 팔았노라고 말을 해야 했습니다. 두 사람은 너무나 뜻밖의 일에 당황하기도 했겠지만, 그러나 그들이 받은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선물이기에 서로 포옹을 하면서 위로를 합니다. 그때 델라가 짐에게 하는 말이 이 말입니다. “짐, 제 머리칼은 무척 빨리 자라요.”
아시죠?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에 나오는 대사라는 거 말입니다. 소설의 반전에서 일어나는 감동도 감동이려니와 델라의 그 말 한 마디가 우리의 영혼을 닦아주듯 시원케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렇습니다. 일상을 비일상으로, 그렇고 그런 세속적인 사건들을 거룩으로 변모시키는 삶의 연금술 때문인 것입니다. 크리스마스는 본시 우리들의 일상을 비일상으로 변모시켜주는 하나님의 연금술적 축제입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심으로 밥 대신 떡을, 속 대신 성을 맛보게 하시려는 소시민을 위한 변혁의 축제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성스러운 축제의 '연금술'은 세속의 욕망과 버무려져 ‘상술’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성과 속의 문지방이 없는, '크리스마스'는 있지만 '성탄'이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춘천성암감리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