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부담금 도입, 외화 변동성 줄일 장치… 금융권 유동성 지원 초점
입력 2010-12-19 22:36
정부의 ‘핫머니(투기성 단기자금)’ 방파제가 골격을 드러냈다. 위기 땐 썰물로, 회복 국면엔 밀물로 국내 금융시장을 격랑 속으로 몰았던 외국계 투자금의 파고를 낮추는 3대 구조물은 거시건전성부담금(은행부담금)을 끝으로 내년 하반기쯤 완공된다. 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부활과 함께 국내 금융시장 안정성은 한층 높아지겠지만 외국계 은행의 반발 등 진통도 예상된다.
◇자본 유출입 충격 해소 목적=이번 부담금은 주요 20개국(G20) 간 도입 논의과정에서 은행세(Bank Levy)로 불렸다. 방만한 경영으로 금융위기를 초래한 대형 은행들에 미래 위험에 대비한 부담금을 물리자는 개념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에선 거시건전성부담금(Macro-prudential Stability Levy)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개별 은행의 건전성 관리보다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제도라는 점을 강조하는 명칭인 셈이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19일 “우리나라는 금융기관 부실 리스크를 방지할 제도는 이미 갖추고 있어 외국과 동일한 방식을 도입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며 “다만 급격한 외화 유출입으로 인한 시스템 리스크 유발 요인이 있어 이에 대비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부과 대상에서도 다른 나라와 차이를 보인다. 범위를 은행에 국한하지 않고, 금융권으로 넓게 잡은 반면 세부 대상은 비예금성 부채 전부가 아닌 외화부채에만 한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은행권의 비예금 외화부채가 전체 금융권의 96.2%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 우선 은행부터 부과할 예정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달러화로 걷어 외국환평형기금에 넣어뒀다가 위기가 닥치면 금융기관의 유동성 해결에 쓰이게 된다”며 “특정한 방향으로 환율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채권·외환시장 안정효과 예상=외국계 자금의 급격한 움직임을 막는 게 목적이니 단기외채가 목표물이지만 정부는 장기외채까지 대상에 포함시켰다. 1년 이하의 단기외채에만 규제를 집중할 경우 규제를 피해 366일짜리 차입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임 차관은 “부과요율은 단기, 중기, 장기로 각각 부과요율을 앞으로 결정할 것”이라며 “1년 이내 단기외채는 0.2%, 중기(1∼3년)는 0.1%, 장기(3년 초과)는 0.05% 정도의 요율을 부과한다면 은행권의 연간 부담수준은 2억4000만 달러 정도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단기외채 수요를 조절하는 선물환 포지션 규제에 이어 공급자인 외국인의 국내채권 투자에 대한 과세 부활과 이번 부담금 도입으로 외국계 자금의 급변동 위험은 줄어들 전망이다. 달러로 거둬들이는 부과금이 외국환평형기금에 투입되면서 대외변수에 취약했던 외환시장의 변동성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