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훈련 긴장 고조] 中·러 “훈련 반대” 공동전선… 유엔 무대 외교戰 불길
입력 2010-12-20 00:51
유엔 안보리가 예정된 군사 훈련을 놓고 19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가진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회의는 러시아가 요구했다. 러시아는 당초 18일 오후에 갖자고 제안했으나, 다른 상임이사국들이 본국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해 하루 늦춰졌다. 회의는 일요일(19일) 오전 11시에 열렸다.
◇긴급 소집 배경=연평도 포격 이후 러시아는 북한의 공격에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었다. 중국이 천안함 폭침 이후 계속 북한 편을 들고 있는 것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를 보였던 것이다. 그런 러시아가 한국군의 연평도 해상 사격 훈련에 강한 우려감과 함께 안보리 회의 소집을 요구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는 러시아의 태도가 전체적인 회의 분위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앞서 유엔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에서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긴장 고조에 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 상황은 러시아연방의 국가적 안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남북 양측에 자제할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전달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또 외교부 성명과 언론 발표문을 통해 한국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포사격 훈련을 하려는 계획과 이에 대한 북한의 군사력 사용 언급에 대해 각각 “극단적 우려”를 표했으며, 양측의 자제를 촉구했다.
또 중국과 러시아 외교장관은 전화 회담을 갖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떤 행동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서로 확인, 사실상 한국군의 사격 훈련을 반대했다. 결과적으로 북한 입장에 동조하는 것이다. 중·러는 한국군 사격 훈련을 계기로 유엔에서 또다시 한반도 정책에 관한 공조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안보리 논의 방향은=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와 연평도 도발 이후 5개 상임이사국과 한국 일본 등은 안보리 회의 소집을 논의해 왔다. 하지만 미국 영국 프랑스와 중국의 시각차가 커 회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당사자인 한국은 중국의 견해 때문에 긍정적인 회의 결과를 장담할 수 없어 적극적인 회의 소집을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군 사격 훈련에 비판적인 러시아의 회의 소집 요구로 다소 곤혹스럽게 됐다. 회의가 한국군 사격 훈련에 초점이 맞춰질 경우, 한국 정부가 의도하는 회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요구로 ‘남북한 양측이 자제해야 한다’는 식으로 안보리 입장이 나온다면 사실상 한국군의 사격 훈련을 반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회의에서 우라늄 농축 문제와 연평도 공격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는 미·영·프 대(對) 중·러 라는 전통적인 구도가 그대로 재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결과는 아주 불투명하다. 회의에서는 긴장 고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어느 쪽을 더 강하게 비난하고, 어느 쪽에 더 자제를 촉구할지 등에 대해 상당한 시각차를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분위기로는 양 진영이 좀처럼 절충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