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고전의 멋 ‘휘가로의 결혼’

입력 2010-12-19 17:35


극단 실험극장이 창단 50주년 기념 작품으로 선택한 연극 ‘휘가로의 결혼’은 고전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고전의 위트는 그대로 살아있고, 배우들의 연기에는 현대적 감각이 더해져 재미를 더한다.

1960년 창단한 실험극장은 69년 제26회 정기공연에서 처음 ‘휘가로의 결혼’을 공연했다. 이후 77년(55회), 82년(85회), 88년(108회), 91년(119회) 등 여러 차례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인연을 쌓아왔다.

‘휘가로의 결혼’(사진)은 가진자의 위선을 꼬집는 풍자극이다. 백작(김태훈)과 백작부인(이항나)의 결혼을 성사시킨 휘가로(이영범)는 공로를 인정받아 백작의 하인이 되고, 하녀인 스잔느(이지하)와의 결혼을 허락 받는다. 하지만 백작은 스잔느에게 ‘초야권’을 행사하려 들고 휘가로는 기지를 발휘해 백작을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린다.

백작은 겉으로 보기엔 근엄하다. 재판도 공명정대하게 한다. 스스로 초야권이 부당하다며 폐지를 선포했다. 하지만 이면에는 어떻게든 스잔느를 유혹하려는 음흉함이 가득하다.

작가인 보마르세는 18세기 프랑스 귀족사회의 위선을 경멸하고 조롱하기 위해 이 작품을 썼다. 2010년 한국에서 이런 풍자와 조롱을 보면서 웃을 수 있는 것은 별로 변한 것이 없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가진 자는 여전히 위선에 가득 차 있고, 그렇지 못한 자들은 연극으로 이들을 조롱하며 위안을 삼는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이 작품을 살아 숨쉬게 하는 일등공신이다. 특히 이항나와 이지하는 발군이다. 백작부인과 스잔느가 함께 등장해 빚어내는 코미디는 공연이 거듭할수록 강도가 더 세진다. 시종 유쾌하고 당당한 이영범의 휘가로 연기는 극 전체의 분위기를 밝게 이끌어 간다.

하지만 2막의 짜임새는 2시간 반이 넘는 공연 시간을 지속적으로 집중시킬 만큼 만족스럽지 않다. 공연 간간이 등장하는 노래는 이 연극에 꼭 필요한 요소라는 느낌은 주지 못한다. 26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02-889-3561).

김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