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 ‘불변의 법칙’ 볼만한 공연엔 몰린다… 2010년 공연계 결산

입력 2010-12-19 15:02


2010년 공연계는 장르별로 부침이 심했다. 경제상황 등 외부적인 요인과 상관없이 볼만한 공연에는 관객이 몰린다는 기본적인 진리를 일깨운 한 해이기도 했다.

◇활발했던 클래식=클래식은 해외 유명단체의 잇단 내한 공연으로 활기찬 한 해를 보냈다.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이 11월에 내한 공연을 했고,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등이 한국을 찾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좋아지면서 대기업의 협찬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활약이 돋보였다. 서울시향은 5월부터 6월까지 독일, 이탈리아, 체코, 러시아 등 유럽 4개국 9개 도시를 다니며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국내에서는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에 도전하며 클래식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진은숙 서울시향 상임작곡가의 현대음악 연주 프로그램인 ‘아르스 노바’는 영국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오늘의 음악’ 프로그램으로 수출됐고, 진은숙 작곡가는 이 프로그램의 예술감독으로 선임됐다.

◇얼어붙은 뮤지컬=뮤지컬 관계자들에게 올해는 암흑기로 기억될 정도로 어려운 시기였다. 수년간 호황을 이어오면서 누적된 거품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뮤지컬 시장을 강타했다. 도드라진 현상은 신작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등 이미 검증을 끝낸 콘텐츠조차 각종 악재 앞에서 힘을 못 쓰고 목표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두며 막을 내렸다.

제작사들은 스타마케팅으로 돌파구를 찾았지만 이마저도 고민거리를 남겼다. 1월 동방신기의 시아준수를 내세운 뮤지컬 ‘모차르트!’는 큰 성공을 거뒀지만 그의 높은 출연료 때문에 수익성에서는 좋은 결과를 남기지 못했다. 이외에도 슈퍼주니어의 예성과 성민, 동방신기의 유노윤호 등도 뮤지컬에 출연해 소녀팬들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일부 아이돌 스타는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채로 무대에 올라 보는 이를 씁쓸하게 했다.

상대적로 창작뮤지컬의 가능성은 엿보였다. ‘피맛골 연가’는 국악기를 포함한 26인조의 오케스트라를 동원하고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는 음악을 선보여 좋은 평가를 받았다. 대학로에서 장기 공연 중인 ‘빨래’는 1000회 공연을 넘기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스타가 북적인 연극=연극열전의 상업적 성공에 힘입어 스타를 내세운 프랜차이즈 연극이 속속 등장했다. 악어컴퍼니는 연예기획사 나무액터스와 손잡고 ‘무대가 좋다’를 선보였다. ‘클로져’에 문근영이 출연해 화제를 낳았고, 강혜정 이윤지(프루프), 김효진 김정화(풀 포 러브) 등 브라운관 스타들이 무대에 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제작여건의 변화 없는 ‘일회성 나들이’에 그칠 가능성이 커 연극 전반의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창단 60년 만에 재단법인으로 새 출발한 국립극단은 극단 미추의 손진책 대표를 예술감독으로 영입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배우 전속제 전면 폐지, 프로덕션별 작품 제작 등 기존의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관객과의 접점을 찾아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무용에서는 국립발레단이 10월과 11월에 각각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공연하며 한국 발레의 위상을 드높였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