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훈련 긴장 고조] 러 “연평도 北소행” 때리더니 ‘훈련’ 제동, 왜?

입력 2010-12-19 18:37

러시아가 우리 군의 연평도 해상사격훈련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적극적인 한반도 개입 움직임을 보여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중국과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였다. 천안함 사태 당시 우리 측 민·군합동조사단이 내린 ‘북한 소행’이라는 결론과 거리를 두면서 다소 북·중에 치우쳤지만, 중립적 위치를 고수하려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연평도 사건 직후 북한을 직접 비난하고, 이례적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박의춘 북한 외무상 면전에서 포격 도발을 비판해 러시아가 한·미·일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품게 했다.

그런 러시아가 사실상 북한의 손을 들어주면서 우리 군의 통상적인 연평도 훈련에 제동을 건 것이다. 특히 이 문제를 안보리로까지 확대하자 한·미·일-북·중·러의 기존 구도로 되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의 ‘갈짓자 행보’는 등거리 외교를 통한 실리 추구로 풀이된다. 어느 한편으로 치우치지 않고 사안별로 입장을 달리해 동북아에서 실리를 추구하고, 국제적인 안보 이슈로 부각된 북핵 문제의 중재자로서 자리매김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토가 유럽과 아시아 대륙에 걸쳐있는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유럽에 대외정책의 우선순위를 뒀다. 그러나 최근 무게중심을 아시아 쪽으로 이동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집권한 뒤 강대국 러시아 부활을 지향하고, 극동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일본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남쪽 쿠릴열도를 방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런 측면에서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와 관련, ‘국가적 안보 이해’(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 ‘국경 인근’(푸틴 총리, CNN 인터뷰)이라는 표현을 쓴 점은 의미심장하다. 천안함 사태 후 동북아 안보질서가 미국과 중국의 대립 구도로 굳어지면서 러시아의 입지는 좁아졌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한·미·일 3국이 ‘찰떡 공조’를 이어나가고 있고, 3국이 대북 정책의 지렛대를 중국에서만 찾으려는 것도 6자회담 관련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을 수 있다. 천안함 때는 한반도 개입의 타이밍을 살폈다면, 연평도 사건에서는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러시아가 연평도 사격 훈련을 제지하고 나선 데 힘입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7일 끝난 미·중 고위급 대화도 입장차만 확인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기존 입장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설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의 태도는 내년 1월 예정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다소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