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두렵다…” 막장 교실 여교사 수난시대
입력 2010-12-19 18:45
여교사가 수업 도중 학생에게 얻어맞거나 조롱당하는 등 각종 수모를 겪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19일 인터넷에서 ‘개념 없는 중딩들’이라는 제목으로 확산되고 있는 1분37초 분량의 동영상은 학생이 젊은 여교사를 집단으로 희롱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교실 뒤편 오른쪽에 앉은 학생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이 영상은 흰색 반팔 교복을 입은 남녀 학생이 수업 중 30세 안팎으로 보이는 여교사에게 “애 낳아 보셨느냐. 낳을 때 아프냐”고 묻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교사가 무시하고 수업을 진행하려 하자 학생들은 번갈아 “첫사랑 누구?” “첫 키스 언제?”라고 반말로 물으며 가로막았다. 교사가 휘말리지 않으려는 듯 “너희 초등학생이냐”고 되받아쳤지만 학생들은 멈추지 않았다.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박장대소하던 학생들은 신난 듯 책상을 두드리고 박수치며 “첫 경험, 첫 경험”을 외쳤다. 이때 한 남학생은 교사에게 “고등학교 때 하셨죠?”라고 물었다.
잠시 조용해지자 학생들은 “초경(은 언제 했느냐)” “선생님 머리가 왜 그래요”라며 다시 어수선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칠판 앞에 서 있던 교사가 참다못해 가장 소란한 학생들을 노려보며 성큼성큼 다가오자 남학생은 “가까이 오니까 진짜 예쁘네”라고 소리치며 벌떡 일어섰다 앉았다. 수업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번잡스러운 교실에서 일부 학생은 잡담하거나 엎드려 자고 있었다.
이 영상은 교권이 추락한 교육 현장에서 여교사가 무시당하는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지난 17일 강원도 강릉에서 수업시간에 늦은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이 꾸중하는 40대 여교사의 목을 졸랐다. 지난달 강원도 춘천, 충북 제천, 인천에서는 초·중·고교생이 각각 훈계하는 여교사를 폭행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갈수록 ‘개학이 두렵다’는 여교사가 늘고 있다”며 “체벌금지 이후 여교사 멸시 경향이 강해지는 만큼 맞춤형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