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 세력 확대해 가는 美 중도파
입력 2010-12-19 22:56
미국 정치권에서 중도파가 점차 더 입지를 확대해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민주당과 공화당의 당파적 정쟁이 극심해지면서, 많은 유권자들이 워싱턴 정치에 대해 불신감을 갖고 있다. 또 중간선거 결과로 내년 초 출범하는 새 의회에서는 당파적 대립이 더 심해질 거라는 예상들도 많다. 이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면서 중간지대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중도 세력과 무당파 인사들이 지난 13일 뉴욕 컬럼비아대학에 모여 극단적 당파주의를 거부하는 정치단체
‘노 레이블스(No Labels)’를 출범시킨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극단적 보수주의 유권자 단체인 ‘티파티’나, 진보주의자들의 정치단체인 ‘무브온’과 차별화해 중도성향 유권자들의 이해를 대변하자는 게 이 단체의 취지다.
보수나 진보 진영의 유명 블로거들은 노 레이블스가 출범하자마자 ‘유권자들의 선택을 가로막는다’며 일제히 공격하기도 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노 레이블스는 오히려 이를 반겼다. 우선 상당한 홍보 효과가 있는데다, 그만큼 당파적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원과 하원의 표결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됐다. 상원은 지난주 감세법안을 통과시켰다. 상원 100명중 81명이 찬성함으로써 민주당과 공화당이 골고루 법안을 지지했다. 하원에서는 민주당 139명, 공화당 138명이 이 법안을 지지했다. 주요 법안에 대해 이렇게 많은 양당 의원들이 입장을 같이한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들어 거의 없던 일이다.
일부 정치 평론가들은 “극단적인 당파 싸움에 여론이 등을 돌렸고, 이런 분위기가 상하원의 중간지대를 더 넓히는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쉽지는 않지만, ‘타협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력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노 레이블스에는 과거 대선 때 민주당과 공화당 선거 캠프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던 인사들도 참여하고 있다. 유력한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무소속의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도 출범식에 간 것으로 전해졌다. 노 레이블스는 1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각 선거구에 사무실을 열어 풀뿌리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어서, 미국 유권자들 사이에서 중도파의 입지는 훨씬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