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매각, 현대車와 연내 마무리”

입력 2010-12-19 22:58


수면 아래에 있던 현대자동차그룹이 떠오르고 있다. 연내 현대건설 매각 절차를 일단락 짓고 싶은 채권단은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으로 눈길을 옮기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그룹이 밀려나는 상황에서 유일한 대안이라는 분위기다. 하지만 걸림돌은 여전히 남아 있다. 채권단은 그동안 현대차그룹이 보여준 각종 압력 행사, 의혹 제기 때문에 여론 반발 등 후폭풍이 불까 우려한다. 현대그룹이 채권단과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대규모 법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높다.

◇채권단, 현대차와 ‘눈’ 맞추나=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건설 채권단 내부에서 현대건설 매각을 하루빨리 마무리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에 현대건설을 팔아도 5조1000억원을 얻는데 구태여 매각을 원점으로 돌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 채권단은 22일 주주협의회에서 4가지 안건을 처리한다. 여기에는 예비협상대상자와 협상을 진행할지 말지를 결정하자는 안건이 포함돼 있다.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과 매각 협상을 할 수 있는 길을 터놓겠다는 의도다.

현대차그룹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하려면 주주협의회에서 의결권 기준으로 채권단의 75% 이상이 동의하면 된다. 의결권 비중이 가장 많은 외환은행(24.99%)은 빠른 매각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정부의 영향을 받는 정책금융공사(22.48%), 우리은행(21.37%)이 함께 반대하지 않는 한 현대차그룹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넘어갈 수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될 수 있는 대로 연내에 거래를 마무리해야 하지 않겠느냐. 반대 논리 없이 5조1000억원 규모의 거래를 무산시키면 배임 문제 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고 했다.

◇‘소송 전쟁’ 오나=채권단은 우선협상대상자와 양해각서(MOU)가 해지되면 차순위 대상자와 협상에 나서지 않을 명분이 없다고 본다. 현대차그룹이 예비협상대상자 지위를 내세워 채권단을 압박하면 버틸 수 없다는 것.

현대차그룹은 외환은행 실무자 3명을 상대로 입찰 방해 및 업무상 배임 협의로 고발하고 외환은행에 5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준비했지만 일단 보류한 상태다. 매각 절차를 중단하면 현대차그룹은 보류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에 우선협상권을 줄 경우에도 소송을 피할 수 없다. 현대그룹은 이미 법원에 MOU 해지를 못하도록 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채권단이 MOU 해지 및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박탈을 실행에 옮기면 대대적인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을 상대로도 입찰 방해 등으로 소송을 걸었다. 현대그룹은 “일부 채권단 관계자들이 현대차그룹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줄 수 있다는 식의 내용을 언론에 흘리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고 여론 떠보기를 위한 비열한 행위”라며 “채권단이 공정성을 잃고 현대차에 우선협상 자격을 주면 특혜시비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비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단과 현대차그룹 사이에서 거래가 성사되더라도 현대그룹, 채권단, 현대차그룹이 맞물린 지루한 법정 싸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