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이어주세요] ② 서울 성북주거복지센터 지원 받은 곽문자씨
입력 2010-12-19 19:31
곽문자(61·여)씨는 사는 게 지긋지긋했다. 31세 때 이혼한 뒤부터 안 해본 일이 없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혼자 아등대며 지냈지만 빚과 신용불량자 딱지만 남았다. 당뇨가 심각해 쓰러지기 일쑤였다. 일할 힘이 없어 최저생계비 40만원으로 근근이 버텼다. 사장에게 사정해 월 20만원을 내고 찜질방에서 지낸 지도 1년이 넘었다. 어느 날 가만히 누워 생각하니 한숨만 나왔다. “왜 나만 불행할까.”
곽씨는 2008년 10월쯤 동사무소에서 우연히 서울 성북주거복지센터 ‘나눔과 미래’를 소개받았다. 이곳은 곽씨처럼 주거취약계층에게 월세나 보증금을 빌려주는 사회복지단체다. 곽씨는 상담을 받고 주거지 마련 계획을 짰다. 당시는 월세가 많이 오르던 때였다. 단칸방 하나를 얻으려 해도 보증금이 300만∼500만원, 월세가 20만∼25만원이나 했다.
복지센터는 주택공사 매입임대주택에 곽씨를 신청했다. 운 좋게 이듬해 1월 선정됐다. 하지만 매입임대주택도 보증금 207만원에 월 8만9000원을 내야 했다. 신용불량자인 곽씨에겐 큰돈이었다.
복지센터는 곽씨의 지인을 만나 100만원을 빌려주도록 했다. 나머지 돈은 복지센터가 보탰다. 대신 곽씨는 매달 2만∼3만원씩 갚아나가기로 했다. 벌써 40만원을 갚았다. 지난 16일 신설동 복지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곽씨는 “내 이름 석자 적힌 주소를 처음 받아봤다”며 “이제야 행복을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성북구 주택보급률은 90.6%다. 하지만 지하방, 옥탑방 등 취약한 환경에 거주하는 인구가 10.2%에 달한다. 안암동 보문동 성북동 등 재개발지역 가구 중 50.3%는 셋방살이다. 복지센터는 지난해 이런 주거취약계층 200여명에게 집수리 비용, 월세·보증금을 지원했다. 물론 상담을 요청한 1100여명의 18%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저소득층이 복지센터 문을 두드렸다. 지원이 부족해 모두에게 한정 없이 돈을 빌려주지도 못한다. 복지센터 정훈희 국장은 “주거취약계층을 돕는 사회적 장치가 미미해 길거리에 내몰리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