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착각

입력 2010-12-19 19:07


1970년대 초반 신학대학 다닐 때의 일이다. 민방공 훈련이 있던 날이었다. 선배 한 분이 새벽기도도 가지 않고 늦잠을 잤다. 그가 늦잠을 자다가 깨어난 후 사방을 보니, 아무리 찾아도 사람이 없었다.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녀 보았지만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창문 밖을 내다보니 차들은 멈추어 섰고 사람들도 없는 것이 아닌가.

순간 ‘모두들 휴거했구나’하는 착각에 빠져 계단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은 다 휴거했는데 자기만 이 땅에 남아 있다고 생각하니 땅을 치며 울게 된 것이다. 한참을 울고 있는데 복도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울면서도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휴거하지 못한 또 한 사람이 있구나!’ 했던 것이다. 사람은 불행도 같이 경험하면 조금은 위로를 받는 모양이다. 그 후 민방공훈련이 끝나고 몰려 들어가자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때부터 이 선배는 참으로 열심히 새벽기도를 하고 준비된 인생을 살게 되었다. “그런즉 깨어 있으라 너희는 그 날과 그 때를 알지 못하느니라” (마 25:13)

한태수 목사 <은평성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