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뇌졸중, 갑작스런 심장 정지… 저체온요법이 사람 살린다
입력 2010-12-19 17:41
심근경색, 뇌졸중 등으로 갑자기 심장이 멈춘 환자에게 심폐소생술과 저체온요법 등의 적극적이고 적절한 치료를 하면 최대 5명 중 1명은 살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응급의료센터장 박규남 교수팀은 2009년 3월부터 2010년 9월까지 ‘병원 밖 심정지’ 상태였다가 심폐소생술로 자발적 순환을 되찾은 혼수 환자 164명에게 저체온요법 등 집중 치료를 한 결과 최종적으로 38명(23.2%)이 생존해 퇴원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같은 생존율은 질병관리본부가 2008년 집계한 국내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 2.5%에 비하면 9배나 높은 수치다. 또 서울 지역의 생존 퇴원율 4.9%보다도 4.7배 높다. 국내에서는 병원 밖 심정지 환자가 연간 2만명가량 발생한다.
박 교수팀은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심폐소생술에서 저체온요법으로 이어지는 ‘집중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즉 심장이 정지된 상태에서 심폐소생술로 심장이 스스로 순환하게 한 뒤에도 환자가 깨어나지 못하고 혼수상태에 빠졌다면 바로 저체온요법 등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보통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40∼50%는 자발순환이 돌아오지만 ‘심정지 후 증후군’ 때문에 깨어나지 못하고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저체온요법은 심장이 멈춘 뒤 다시 자발순환이 회복된 혼수 환자들의 체온을 32∼34도로 낮춰 24시간 동안 유지한 뒤 서서히 체온을 높이는 치료법이다.
쉽게 말해 곰이 겨울잠을 잘 때처럼 저체온을 유지시킴으로써, 심장마비로 뇌에 산소 공급을 받지 못해 치명적인 손상을 입은 후 심장 활동이 회복된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2차적인 뇌손상을 줄이는 개념이다.
박 교수는 “심정지 발생 땐 가족이나 목격자의 적극적인 기본 심폐소생술 후 구급대원들의 제세동(전기충격) 및 신속한 이송, 의료진의 저체온요법을 포함한 집중치료가 신속히 연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