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호킹’ 9년만에 학사모… 척추성 근위축증 신형진씨
입력 2010-12-17 18:28
“드디어 오늘로 9년여에 걸친 모든 대학수업이 끝났다. 더 이상 강의실에서 수업 들을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하니 좀 아쉬운 마음이 든다.”
9년 만에 대학생활을 마치고 내년 2월 학사모를 쓰게 될 ‘연세대 호킹’ 신형진(27)씨는 최근 트위터에 이렇게 졸업소감을 밝혔다.
신씨는 생후 7개월 때부터 척추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다. 척추성 근위축증이란 온몸의 근육이 천천히 마비되는 병으로 근육이 말라붙으면서 뼈가 휘어져 힘을 쓰지 못하게 되는 희귀질환이다.
하지만 신씨는 목 아래가 모두 마비돼 휠체어에 누워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2002년 연세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해 매학기 2∼3개 수업을 들었고 9년 만에 전공과정을 마치게 됐다.
그가 무사히 학부 과정을 마칠 수 있게 된 것은 대학 측의 지원과 어머니의 뒷바라지, 그리고 안구 마우스 덕분이다. 신씨는 눈의 움직임을 읽어 PC를 작동시키는 안구 마우스를 사용해 공부하고 리포트를 쓸 수 있었다.
학업에 대한 신씨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몸의 병’은 그를 순간순간 좌절하게 했다. 척추성 근위축증의 특성상 호흡곤란 증세가 자주 나타나기 때문이다. 폐렴이라도 걸리면 빨리 입원해 한동안 쉬어야 생명에 지장이 없게 된다. 이런 상황 때문에 유학도 섣불리 결정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신씨는 지난 11월에도 폐렴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느라 2주간 결석했다.
신씨를 포기하지 않도록 이끈 것은 신앙심이었다. 모태신앙인 그는 힘들고 어려운 순간마다 기도하며 꿋꿋이 싸워나갔다. 신씨의 어머니 이원옥(58)씨는 “믿음이 좋은 형진이는 기도하면서 힘을 얻는다”면서도 “학교와 교회를 비롯해 형진이를 도와준 ‘형진이 사단’은 한두 분이 아니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신씨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졸업 후 진로에 대해서는 IT회사 취업과 대학원 진학 등을 두고 고민 중이다. 학교 측은 21일 오후 5시 연세대 백양관에서 신씨의 졸업 축하연을 마련한다. 2월 졸업식 때는 특별상을 수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