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매각 어디로…현대차와 조기 협상 어려워 매각 장기화 될 듯
입력 2010-12-17 20:40
현대그룹 주주협의회(채권단)가 17일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할 수 있고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자동차그룹과의 협상 여지를 남겨놓는 안건들을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채권단은 논의를 거쳐 22일까지 안건별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된다.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는 지난달 16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정확히 한 달 만에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안건 상정 배경은=채권단이 부의한 안건은 현대그룹과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여부, 현대그룹과의 MOU 해지안, 현대그룹의 이행보증금 2755억여원 반환 여부, 예비협상대상자 등 추후 진행 방안에 대한 협의 여부다.
SPA 체결 안이 부결되거나 MOU 해지안이 가결되면 현대그룹의 우선협상자 지위는 상실된다. 그러나 굳이 동시에 이를 상정한 것은 현대그룹이 법원에 MOU 해지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과 연관이 있다. 만약 MOU만 해지했는데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다시 현대그룹과 본 계약을 체결하거나 법원에 이의신청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종의 ‘보험용’으로 SPA 체결 여부도 안건에 상정한 것이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더라도 채권단이 SPA 체결을 거부하면 절차적으로 매각 작업이 중단된다. 다만 규정 상 MOU 해지 시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2755억원(입찰가의 5%)의 이행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와 관련, 채권단이 별도로 ‘이행보증금 반환 문제를 운영위에 일임한다’는 안건을 올린 것은 사실상 현대그룹에 이행보증금을 반환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해석된다.
예비협상자와의 협상 여부는 채권단 내부에서도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협상 과정에서 잇따라 흠집내기를 시도한 현대차그룹과의 협상을 명문화할 것인지를 두고 내부 의견이 엇갈린 탓이다. 그러나 이 내용을 포함하지 않을 경우 현대차그룹이 소송을 낼 것을 우려해 채권단은 ‘추후 전체회의에서 협의한다’는 모호한 표현을 안건에 포함시켰다. SPA 체결안은 채권단의 80%(의결권 비율 기준), 나머지 안건은 75%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가결된다.
◇현대건설, 현대차 품으로?=일단 현대그룹이 인수전에서 밀려나긴 했지만 당장 현대차그룹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차그룹과의 문제는 오래 시간을 끌 수 없는 사안”이라면서도 “매각을 중단하면 현대차그룹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어 현대그룹과도 의견을 조율해 향후 매각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후속 진행 방향을 의결안에 넣긴 했지만 형식적인 차원에 가깝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결국 법정에서 모든 쟁점이 가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그룹은 물론 현대차그룹도 채권단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할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일에도 외환은행 실무자 3명을 입찰 방해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하고, 외환은행 등에 5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었다. 채권단이 매각 작업을 아예 중단할 경우에는 이와 더불어 협상 진행을 촉구하는 별도 소송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