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이면…” 연말 불법 사행성 오락실 기승… 가리봉동 일대 일용직·중국교포 상대 성업
입력 2010-12-17 20:46
지난 14일 오후 10시45분쯤 중국교포가 많아 ‘연변거리’로 불리는 서울 가리봉동 가리봉시장 내 A성인오락실. 80㎡가량 되는 오락실 벽면을 따라 게임기 40여대가 줄줄이 배치돼 있었다. 오락실 안은 담배 연기가 자욱했고 오락기에서 나오는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귀를 찢는 듯했다. 업주 김모씨는 주로 일용직 노동자와 중국교포를 상대로 영업하고 있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 14명이 이곳을 급습했다. 경찰이 “불법 게임장 단속을 나왔다”고 외치자 홀에 있던 일부 손님들이 당황하며 재빨리 자리를 떴다. 그러나 나머지 40여명은 의아하다는 듯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알까기 게임기’를 설치하고 관할 구청에 허가를 받은 오락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주는 은으로 제작한 책갈피를 오락 경품으로 내걸어 근처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장당 4500원에 환전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법상 불법 환전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하는 범죄다. 김씨는 최근 몇 달간 수천만원대의 수입을 올렸고, 단속 당시 현장에는 100원짜리 동전 6만2000여개 등 현금 1599만원이 있었다. 경찰은 최근 2개월간 가리봉시장 내에서만 불법 오락실 4곳을 단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연말을 맞아 한탕을 노리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불법 오락실에 많이 몰리고 있다”면서 “오락실 업주는 하루 벌어서 먹고사는 이들의 푼돈을 털어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경찰서와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15일 서울 명동에 불법 게임기 ‘야마토’를 78대 설치한 오락실을 단속했다. 업주 서모씨는 건물 출입문을 3중 강철문으로 만들어 단속에 대비했다. 경찰이 소방서 도움을 받아 유압기로 문을 부수려 했지만 실패했을 정도로 단단했다. 경찰은 현장을 급습하기 위해 건물 뒤편 환풍기를 통해 진입해야 했다.
경찰은 올 들어 불법 사행성 게임장 3894곳을 단속하고 5614명을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연말연시의 느슨한 사회 분위기를 틈타 사행성 게임장의 불법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집중 단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