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우리금융 매각 잇단 실패… 정부 관여 M&A ‘부실’
입력 2010-12-17 20:30
현 정부 들어 가장 큰 인수·합병(M&A)으로, 금융 당국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온 현대건설과 우리금융지주 매각이 17일 원점으로 돌아갔다.
정부 당국자들의 보신주의와 책임회피, 채권단의 원칙부재에다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기업문화가 빚어낸 총체적 부실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공적자금이 투입된 지 12년이 되도록 회수율이 41.5%에 불과한 우리금융의 민영화가 다시 무산됨에 따라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우리금융 민영화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민상기 공자위 공동위원장(서울대 교수)은 “잠재적 입찰 대상자들을 포함해 전체 시장 상황을 점검한 결과 현재 여건상으로는 유효경쟁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며 “조속한 시일 내 유효경쟁 여건 등을 완화한 방안을 마련해 우리금융 지주 매각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채권단)는 전체회의에서 현대그룹과의 현대건설 매각 양해각서(MOU) 해지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여부 등 4건의 안건을 상정했다. 채권단이 기관별 논의를 거쳐 22일까지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함에 따라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도 조만간 박탈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지분 매각 실패는 민영화에 대한 정부의 융통성과 전략 미흡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많다. 정부는 유력 인수 후보였던 하나금융만 믿다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로 돌아서자 ‘지붕만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 이어 금융 당국은 유력 인수 후보였던 우리금융 컨소시엄이 지난 13일 경영권 프리미엄 해소를 요구하자 몇 시간 만에 입찰 참여를 포기하도록 내몰았다는 지적이다.
현대건설 매각의 경우 채권단의 무원칙에다 감독 당국의 책임회피도 주요한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채권단은 입찰제안서가 마감된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현대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 대출금 1조2000억원 문제가 불거지자 당초 입찰 심사에 없었던 대출계약서를 요구하고 나섰다. 채권단은 이례적으로 비가격 요소에 배점을 높이는 바람에 이 부문에 불리한 현대그룹이 인수 자금을 무리하게 늘리도록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크다.
전상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과 원칙을 지키면 되는데 채권단이 우왕좌왕하면서 일이 커졌다”며 “원칙이 없으니 특혜 시비를 우려해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에도 우선협상권을 줄지 말지 머뭇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매각수익 극대화 원칙 뒤에 관료들이 숨어 책임을 회피했다”면서 “이런 가운데 소유지배 건전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라는 더 큰 가치는 돌아보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