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전국적 판치는데… 육류값은 왜 차분할까?

입력 2010-12-17 20:51


서울 영등포에 사는 A씨는 며칠 전 정육점에서 삼겹살 1근(600g)을 구매하려다 1만원에 달하는 가격에 주춤했다. 최근 구제역이 확산되면서 가격이 좀 떨어졌으리라 생각했던 삼겹살 가격이 그대로였기 때문.

실제 17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3일 현재 영등포시장의 삼겹살 가격은 8000원(500g 기준)으로 한 달 전과 동일했다. 구제역 사태 여부는 전혀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셈이다.

특히 전국 돼지고기 경락가격(경매낙찰가격)은 오히려 구제역 발생 이전에 비해 소폭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수산식품부가 발표한 축산물 가격동향에 따르면 최근 1주일(9∼16일) 돼지고기 경락가격은 kg당 최저 4087원에서 최고 4517원 사이에서 형성됐다. 지난달 평균(3963원)보다 10% 안팎 오른 수준이다.

구제역이 확산되면 소비심리가 위축돼 가격이 하락되리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크게 다른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까진 구제역이 육류 가격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 2000년 구제역 사태에 비해 2002년에는 가격 하락 폭이 줄었고, 올 봄에는 영향이 미미했다”고 말했다. 구제역을 몇 차례 겪은 데 따른 ‘학습효과’라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원태 연구원도 “출하량이 줄어든 것에 비해 수요가 줄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동제한 조치와 살처분 농가 증가 등으로 실제 출하물량이 예정된 것에 미치지 못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팔리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연말·연시를 앞두고 설 선물세트 등을 준비하는 시점인 점도 가격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명절 선물에 단골손님인 햄 등 육류 가공업체의 수요가 크다는 것이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