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치 열흘째 텅 빈 국회, 의원들은?… 여당은 지역구로 야당은 장외로

입력 2010-12-17 20:36

새해 예산안 강행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열흘째 이어지면서 국회가 텅 비었다. 지난 8일 난투극 끝에 정기국회 회기가 마무리된 뒤 여당 의원들은 지역구로 떠났고, 야당 의원들은 장외투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본보가 16∼17일 이틀에 걸쳐 여야 의원들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 기간 국회 의원회관과 회의실 등에 모습을 나타낸 의원은 전체 292명(국회의장 및 장관 등 5명 제외) 중 47명에 그쳤다. 국회로 나온 의원 대부분은 대변인 등 당직을 맡고 있거나 본인이 주최한 토론회·공청회 일정이 있는 경우였다.

국회의장과 장관 등을 제외한 한나라당 의원 166명 중 112명이 지역구에 내려갔거나 외부 행사, 해외 출장 등의 이유로 국회를 비웠다. 의원실 20여곳은 보좌진들까지 지역에 내려가 의원회관 사무실 문이 아예 닫혀 있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경북, 경기 출신 의원들은 구제역 확산 때문에 지역에 내려갔고, 다른 의원들도 표밭 다지기 차원에서 연말 지역 행사를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의원 86명 중 34명은 예산안 강행 처리 무효화를 위한 전국 순회 장외투쟁과 수도권 피켓 시위 등 외부 행사에 참여했다. 지역구에 내려간 의원도 26명에 달했다.

해외 출장에 나선 의원은 10명 정도에 그쳤다. 정의화 국회부의장 등 여야 의원 5명과 한나라당 정몽준 윤석용 의원, 민주당 김성곤 의원 등이 세계스카우트의원연맹 회의와 해외동포·스포츠 행사 참석차 해외에 머물고 있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야 대치 상황이 해결 기미를 보일 경우 의원들은 대거 외유에 나설 것으로 보여 국회가 비어 있는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회 휴업 상황에도 여야의 기싸움은 계속됐다. 한나라당은 17일 당 홈페이지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국회 폭력 현장’이라는 4분가량의 동영상을 올렸다. 동영상에는 이재오 특임장관 등을 막아서는 야당 보좌진의 모습과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국회 경위를 때리는 장면 등이 담겨 있다.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는 나경원 최고위원이 국회에서 주최한 장애아동을 위한 문화행사에 참석해 산타클로스 모자를 쓰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반면 민주당은 텃밭인 전북 전주에서 최고위원회의와 결의대회를 잇따라 열어 여권의 친서민 행보의 허구성 부각에 주력했다. 손학규 대표는 전주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친서민 행보 전에 날치기로 날려버린 서민예산을 다시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마트의 치킨 때문에 전국 5만여 치킨가게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대통령은 치킨값이 비싸다고 발언했다”며 “무늬만 친서민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또 강기정 의원을 주먹으로 가격한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한편 한나라당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주말 동안 방안을 모색해 다음주에는 (야당과) 접촉해 보려고 한다”고 말해 정국 경색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한장희 김나래 기자, 정부경 진삼열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