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3박4일 한반도 문제 논의했지만 입장차만 확인

입력 2010-12-17 21:19

미국과 중국 정부가 만나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등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지만 성과 없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은 17일 주중 대사관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양측이 동북아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실현의 중요성, 9·19공동성명 이행 복귀를 향한 다음 단계와 관련해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고만 밝혔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을 비롯한 미국의 중국 방문단은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장즈쥔(長志軍) 상무부부장, 추이톈카이(崔天凱) 외교부 미주담당 부부장,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를 면담했다.

양측의 회담 결과는 스타인버그 일행과 함께 방중했다가 한국에 들른 성 김 미국 6자회담 특사를 통해 우리 정부에 전달됐다. 성 김 특사와 면담했던 정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 측은 당면 이슈에 대해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면서 “한번의 회담으로 진전이 있을 수 없다. 입장차가 있으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특히 “(5개국 모두) 합의되면 좋겠지만 3국 공통의 입장으로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해 중국 설득이 여의치 않았음을 내비쳤다.

미국은 한·미·일 3국이 합의한 6자회담 전제조건을 두고 중국과 집중적으로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 전제조건과 관련해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정례 브리핑에서 남북관계 개선, 국제의무 준수, 도발행위 중단, 역내 긴장완화, 비핵화 조치를 열거했다. 그러나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한·미·일 3국이 합의한) 전제조건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전제조건이 5개항인지도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 “협의가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 조건을 밝히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북한을 제외한 5자의 일치된 목소리로 북한을 압박해야 효과가 있다는 판단 때문에 섣불리 구체적인 조건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자들의 언급을 종합해보면 6자회담 재개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핵 동결 조치와 이를 투명하게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풀이된다. 정부 당국자들은 6자회담 재개 조건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구체적인 행동으로 실천돼야 한다. 핵 개발이 이뤄지는 동안 협상은 없다. 사찰은 핵 시설이 멈춘 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해 왔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이날 5개 조건이 UEP 중단 외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요원 복귀, 2005년의 6자회담 공동성명 준수, 한국전쟁 휴전협정 준수, 탄도미사일 발사 보류 등이라고 전했다.

이도경 기자,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