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훈련 앞둔 연평도…불안감 여전한 섬,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입력 2010-12-17 20:34

우리 군의 사격훈련을 앞둔 연평도는 여전히 텅 빈 섬이었다. 지난달 23일 북한군의 포격이 집중됐던 연평면 남부리 일대에는 파손되거나 전소된 집들이 수리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마을 곳곳에서 노란색 ‘폴리스 라인’이 쳐진 집들이 쉽게 발견됐다. 거리에는 포격으로 집에서 떨어져 나온 깨진 유리창과 잔해가 나뒹굴고 있었다. 세찬 눈보라가 덮친 17일 오후 연평도의 거리에서 주민을 만나기는 힘들었다.

현재 연평도에는 116명의 주민이 잔류하고 있다. 이날 오전 인천 연안부두를 출발한 여객선으로 29명의 주민이 섬에 들어왔고 오후 2시 여객선으로 다른 29명의 주민이 섬을 떠났다. 18일부터 21일까지 예고된 군 당국의 사격훈련에는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날 오후 5시쯤 “우리 군이 사격훈련을 강행하면 2차, 3차의 예상할 수 없는 자위적 타격을 가하겠다”는 조선중앙통신 보도가 전해지자 연평도 주민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연평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36·여)씨는 북측의 ‘타격 발언’이 전해지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찜질방에서 지내는 것이 너무 불편해 나가지 않으려 했는데 북한이 또 포를 쏜다고 하니 불안해서 살 수 없다”며 “18일 오전 인천으로 나가는 배가 있으면 일단 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어선을 운영하는 선주 김모(51)씨는 “북한이 도발하면 우리도 강력히 대응하는 것이 옳다”면서도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육지로 피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지난달 북한군 포격으로 인한 충격도 여전히 주민들을 괴롭혔다. 17일 오전 기르던 강아지가 걱정돼 돌아왔다는 김모(52·여)씨는 “포격의 충격이 가시지 않아 너무 힘들다”며 “작은 소리에도 쉽게 깨 제대로 잠을 잘 수 없다”고 말했다. 주민 박연순(53·여)씨도 “포격 사건 이후 지속적인 두통에 시달린다”며 “포격 사건이 떠오를 때마다 불안감에 떤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은 비상상황에 대비해 분주히 움직였다. 연평면사무소는 이날 오후 연평도에 있는 19개 방공호 가운데 12개를 일제 정비했다. 섬에 잔류한 주민에게는 세대 당 200ℓ의 난방용 등유를 지급했다.

연평도=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