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교회 함께하기…’ 이끄는 김진호 전 기감 감독회장
입력 2010-12-17 17:52
아들 조의금 1500만원도 믿음의 가족들 지원
김진호(71·사진) 전 감리교 감독회장의 젊은 셋째 아들이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 며칠 뒤 김 전 감독이 아들의 장례식 조의금을 어려운 형편의 교우들을 위해 쓰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렸다.17일 오전 서울 낙원동의 ‘비전교회 함께하기 운동본부’ 사무실을 찾았다.김 목사가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연말 각 교회에 보낼 협조 공문을 정리하러 사무실에 나왔다고 했다. 지난해 4월 43년간의 목회 활동을 끝낸 김 전 감독은 같은 해 8월 10여평 크기의 사무실을 얻어 미자립교회와 홀로된 사모(홀사모)를 돕고 있다.
김 전 감독은 마침 아들 태영(38)씨의 사진을 꺼내 놓고 보고 있었다. 태영씨가 손으로 브이(V) 자를 그리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늙은 사람이 자꾸 울면 안 되는데 눈물이 나. 아들 셋 중 결혼도 안 한 막내야. 이놈은 부모 품보다 하나님 품이 더 좋은가봐.”
태영씨는 지난달 중순쯤 갑자기 두통이 심해지고 몸에서 열이 나 동네 병원을 찾았는데, 감기 같다는 진단을 받고 다음 날 퇴원했다. 김 전 감독은 홀로 사는 아들이 염려돼 부모 집에 머물게 했다. 이후 20여일간 김 전 감독이 직접 태영씨 이마에 찬 수건을 올려주고 같이 기도하며 간호했다. 그런데 조금씩 회복되는 듯하던 태영씨는 지난 6일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픽’ 하고 쓰러졌다. 병원으로 긴급 이송될 때는 이미 의식불명 상태였다. 뇌가 세균에 감염된 뇌농양 진단이 나왔다. 11일 뇌수술을 받았지만, 태영씨는 12일 오후 끝내 숨을 거뒀다. 아들 장례를 치르는 사흘간 김 전 감독은 부인이 “그만 울어라”고 할 정도로 눈물을 쏟아냈다.
장례가 끝난 뒤 조의금 중 1500만원이 남았다. 김 전 감독은 미자립교회와 홀사모, 그리고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이 돈을 쓰기로 했다. 2년 전부터 작은 영어학원을 운영해 온 태영씨는 쓰러지기 전 김 전 감독에게 “학원이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으니 내년부터는 아버지가 하시는 일을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욥이 경험했던 것처럼 슬픔이 극에 달했는데, 퍼뜩 ‘큰돈은 아니지만 아비의 일을 돕겠다던 아들놈 뜻은 이어야 하지 않겠나’는 생각이 들었지.”
1500만원 중 500만원은 도봉교회 소속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500만원은 조립식 예배당을 짓고 있는 충북의 보은사도교회로, 나머지 500만원은 중국 선교사로 사역하다 한 달 전 세상을 떠난 이정완 목사의 부인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김 전 감독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큰 아픔을 경험케 하신 것은 아픔을 지닌 자들을 더욱 위로하라는 뜻일 것”이라며 “남은 생애는 더욱 열심히 비전교회, 홀사모들을 도우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의 학원을 정리하고 남는 비용도 미자립교회를 돕는 데 쓸 예정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